1990년대까지 기업은 생산자 중심의 '가격 대비 품질의 경쟁력'을 시장 개척의 최우선 조건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슈머'로 대변되는 소비자 중심의 아이디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 됐다. 특히 현재는 '창조적 역발상'을 기치로 하는 사고의 전환에서 성공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발상은 사고하는 방법부터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인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방향을 틀어 반대로 생각하거나 역지사지해 보는 데서 출발한다. 원하는 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축적된 다양한 경험은 역발상의 가장 유용한 단서로 작용한다.
올해 휠라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한 후 세계 각 지역의 성공적인 재정비를 통해 성장세를 이끌게 된 중요한 순간마다 이러한 역발상을 바탕으로 한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 2007년, 휠라코리아는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라이선싱 모델을 고안해 글로벌 휠라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짧은 라이선스 기간과 불투명한 재계약 여부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운 라이선스의 입장을 고려, 주요 라이선스 사업자에게 충분히 긴 계약 기간과 권한을 주는 대신 로열티의 일부를 미리 받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해외 라이선스 사업자에게는 안정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휠라 인수를 위해 사용됐던 차입금 조기 상황으로 재무 구조 안정화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라이선스 사업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역으로 라이선스 사업자의 입장을 고려한 제안이었던 것이다.
현재 휠라코리아는 한국과 미국 등 주요 지역만 직접 경영하고, 다른 지역은 라이선스 사업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70여개국에서 휠라 브랜드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라이선시와 파트너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해야 결과적으로 본사, 그리고 브랜드가 잘될 수 있다. 그래서 휠라는 본사의 정책에 따라 일괄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대신, 라이선스 사업자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는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라이선스 사업자들은 주인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해당 지역의 브랜드 운영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으며, 또한 인종과 지역마다 다른 체형과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쳐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 하나의 역발상은 중국 푸젠(福建)성 진장(晉江)시로 휠라 신발 생산 거점을 옮긴 것이다. 이곳은 중국에서 신발산업이 가장 먼저 꽃핀 곳인데, 중국 내에서 가장 악명 높은 모조품(일명 짝퉁)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광저우에서 만드는 신발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이곳에 진품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양질의 노동력을 싼 가격에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후 문제가 커지게 될 것을 우려해 짝퉁 공장은 모두 생산을 중단해 브랜드 대청소까지 할 수 있었다.
라이선스 사업자에게 장기 계약기간을 제공하고 로열티 일부를 선불로 받은 것, 라이선스 사업자에게 권한을 주고 오히려 우대하는 정책을 쓰는 것, 대다수가 기피하는 짝퉁 소굴로 들어가 비용을 절감하고 브랜드 재정비를 할 수 있었던 것 모두가 간단한 사고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Idea is nothing, doing is all." 창조적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그 아이디어를 현실의 장애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여 과감히 실천한다면 성공의 기회는 가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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