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LG디스플레이(LGD)가 유증설에 휩싸이며 곤혹을 겪고 있다. LGD는 즉각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유증에 대한 의혹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증권가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약 1조원 규모로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에 대한 투자 재원 마련이 목적이라는 내용이다. 더불어 이번 인사에 관련한 사항도 유증의 근거로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D 관계자는 "유상증자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유증의 근거로 대는 내용들도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LGD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유증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재무상황과 투자 계획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 이후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LGD는 3분기까지 누적 1조1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번 분기 역시 적자가 예상되며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LGD 재무 지표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111%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3분기 말 143%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비율은 10%에서 25%로 껑충 뛰었고 유동 비율은 107%에서 77%까지 떨어졌다. 현금 역시 3분기 말 기준 3조1460억원에서 2조32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한마디로 살림을 꾸려갈 수 있지만 새로운 투자를 진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존 영업활동에 따른 비용은 물론 새로운 투자 수요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재 대형 AMOLED 패널을 준비하고 있는 LGD는 패널의 후판을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Oxide TFT)를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 라인의 설비를 보강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LGD의 주장이다. 허나 설비를 새로 세운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아 추가적인 재원 마련은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라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관측이다. 결국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의 두 가지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LGD는 올해에만 1조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10월 마지막으로 발행한 회사채는 목표액 3000억원을 못 채운 2500억원에 그쳤다. 업황 부진과 자금 시장 경색이 발목을 잡아 기관 수요가 예상을 밑돌았던 것이 원인이다. 또한 가산 금리도 높아지면서 조달 비용도 늘었다. 연말 자금 시장 경색은 물론 내년 상반기에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정황 역시 회사채 발행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유증에 무게가 실리며 루머가 자꾸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유증이던 회사채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결국 시기의 문제"라며 "유증 여부보다는 자금 조달의 계기가 중요한데 Oxide TFT를 위한 투자 재원 소요라면 오히려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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