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공성 강화" vs "서울시민 몰아내는 정책"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황준호 기자]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재건축ㆍ재개발 정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25일 오전 7시10분께 과천 정부청사내 위치한 국토부 기자실을 찾아 "박원순 서울 시장의 주택 정책은 친서민정책이 아니다. 결국 서울 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낸다"고 비판했다. 권 장관의 기자실 방문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권 장관이 직접 기자실을 방문해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은 이렇다.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24일 예정에 없던 재건축 관련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문 부시장은 최근 불거진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속도 조절' 논란에 대해 "정책적으로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재건축은 변화해야 한다"며 "공공성에 중점을 두고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고 녹지와 주민 편의 시설도 확보해야 한다"고 공공성을 강조했다.
일단 문 시장의 긴급 브리핑으로 '속도조절'에 대한 오해 자체는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 문제였다. 시장에선 이를 녹지율과 임대비중, 단지 특성에 맞게 디자인됐는지 등의 세부항목을 꼼꼼히 심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재건축 시장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해석된 셈이다.
이는 '건설ㆍ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토부에 찬물을 부은 격이 됐다. 국토부는 건설 ㆍ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말부터 관련 단체와 연구원, 업계 관계자, 전문가 등과 수차례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왔다.
권 장관은 "서울시 정책대로 녹지율을 높이고 경관을 좋게 만드는 등 재건축 사업시 공공성을 높이는 것도 의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서민 주택 공급에 지장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가구수는 364가구며 서울은 347가구다. 영국 489가구, 일본 451가구, 미국 410가구에 비해 주택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권 장관은 "서울시장의 재건축 정책 내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시를 살기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이 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와 국토부가 재건축ㆍ재개발 정책을 놓고 충돌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더욱 혼돈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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