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박원순 시장의 주택 정책은 친서민정책이 아니다. 결국 서울 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낼 뿐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25일 오전 7시10분께 과천정부청사내 위치한 국토부 기자실을 찾았다. 권장관이 아침부터 기자실에 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다소 격앙된 표정이었다.
권 장관은 "서울시장의 재건축 정책 내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시를 살기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이 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 파리나 다른 나라의 수도들과 비교할 때 서울시내 인구 대비 주택 수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도 서민주택을 늘려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불거진 '박원순 재건축 쇼크'에 대한 해명 차원의 기자회견을 지난 24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재건축 수익률이 워낙 낮아 재건축 시장 자체가 침체돼 스스로 속도조절하는 상황"이라며 "정책적으로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박 시장이 후보 시절 내세운 순차적인 '순환형 정비방식'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여론에 반박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 부시장은 "앞으로 재건축은 변화해야 한다"며 "미래 삶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령화, 맞벌이 가정에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구조로서는 미래에 대응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앞으로 계속해서 올라오는 재건축 심의에서 이같은 방향성에 대한 자문을 하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장관도 이같은 서울시의 방침을 서민 주택 공급의 적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는 "서울시의 정책대로 녹지율을 높이고 경관을 좋게 만드는 등 재건축 사업시 공공성을 높이는 것도 의의가 있다"면서도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서민 주택 공급에 지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는 서민들은 서울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며 "박 시장의 주택 정책은 친서민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만의 대책 뿐만 아니라 경기도나 인천시와의 협의를 통해 서울에 서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공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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