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외환당국의 새로운 엔고 방어전략에 시장이 쉽사리 수를 읽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본 외환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약 7조5000억엔 규모의 개입을 실시해 엔화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뒤에도 후속조치로 비밀리에 적어도 1주일 더 ‘스텔스 개입’을 지속했다. 앞서 실시한 개입에서 며칠만에 개입 효과가 빠르게 사라졌던 것을 교훈삼아 엔화가 다시 치솟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는 일본 당국이 언제 어떻게 다음 카드를 꺼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기성 거래 수요도 약화된 모습이 관찰되고 있으며, 이는 엔고 저지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일본 외환당국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한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달러·엔 환율 곡선은 31일 개입 직후 달러당 79.55엔으로 급격히 치솟은 뒤 완만하게 하강했다. 22일에는 전일대비 0.02엔 더 오른 달러당 76.97엔을 기록하면서 77엔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시장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들은 일본 당국의 다음 조치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으며, 공통적인 의견일치(컨센서스)는 달러당 75~76엔대가 당국의 대략적인 ‘저지한계선’이란 것이다.
다카시마 오사무 씨티뱅크재팬 수석외환투자전략가는 “일본 외환당국은 특정 수준으로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이후에도 ‘스텔스 개입’을 더 지속할 것”이라면서 “아즈미 준 재무상이 기자들 앞에 등장하는 때는 정말 가시적으로 엔화가치를 끌어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라고 말했다.
다나세 준야 JP모건 수석외환투자전략가는 “이후 대규모 개입이 단행된다면 달러·엔 환율이 현재 전후최저기록(엔화가치 역대최고기록)인 달러당 75.31엔 이하로 내려가는 시점이 될 것”이라면서 “어떤 형식의 개입이던지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기에,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다음 개입에 대한 시장의 갖가지 추측에 대해 “당국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한편 지난 90년대 말 대장성 재무관으로 외환정책을 책임졌던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미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달러당 77엔 수준은 실질실효환율로 볼 때 지난 1995년 달러당 79엔에 비해 높은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유로존 부채위기와 미국 경제성장세 둔화로 엔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달러당 75엔 수준에서 당국이 재차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고에 분명히 타격을 받고 있지만, 달러당 74~78엔대는 기업들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면서 “달러당 60엔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말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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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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