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는 신지애와 싸우는 중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스윙 교정이 독(毒)이 됐다."
18일 일본 미야자키 쉐라톤 그란데 호텔에서 만난 신지애(23ㆍ미래에셋ㆍ사진)는 24일 미야자키현에서 개막하는 JLPGA투어챔피언십(총상금 1억엔)을 앞두고 일찌감치 일본으로 건너와 마무리 훈련이 한창이었다. 다음달 대만에서 열리는 이벤트 대회가 있지만 공식 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물론 이번 훈련은 대회 준비가 다는 아니다. 올 시즌 부진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올해 예상 밖의 부진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신지애는 "새 코치(글렌 도허티)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남자 스윙을 가르쳐 몸에 무리가 왔고, 허리 부상까지 생겼다"며 "코치와 결별했고, 내 나름대로의 스윙을 되살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겨울 스윙 교정 등 새로운 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본 셈"이라며 "아쉬움이 많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한 시간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신지애는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비회원 신분으로도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는 등 3승을 수확했고, 지난해에는 청야니(대만)와 '세계랭킹 1위'를 다투던, 그야말로 한국낭자군의 간판스타다. 하지만 올해는 단 1승도 일궈내지 못했고, LPGA투어 상금랭킹은 14위까지 떨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지난해 라식수술과 함께 그린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가시밭길을 걸었다.
"이전에는 셋업하면 그저 스윙만 했다. 스윙 교정 이후에는 (내가)샷을 잘하고 있는지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보니 스윙 감각이 떨어졌다"고 분석한 신지애는 "우승에 대한 강박 관념이 '긍정적인 생각'마저 흔들리게 했다"며 "지금은 심리상담을 받는 한편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고, 결과적으로 스윙 감각도 살아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매년 어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느꼈다가 모든 것(LPGA투어 상금왕, 세계랭킹 1위)을 이루고 나니까 무엇에 또 도전해야 하는지 목표 설정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주위에서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지만 우승의 맛을 알기 때문에 우승을 더욱 갈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골프인생에 대한 소개도 곁들였다. "아버지는 내후년이라도 시집을 보내고 싶다고 하시고, 선배들도 결혼 후에 생활이 안정된 분들이 많다"는 신지애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과도 잘 소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이라고 웃으며 "골프가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됐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다. 30세 이후가 되겠지만 단지 골프만 하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숙된 면을 과시했다.
미야자키(일본)=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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