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사한 신입생들을 보니 몇 년 전 저와 함께 다녔던 동반 캐디가 생각납니다.
여러 명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친구입니다. 처음 입사를 하면 한달 정도 이론교육을 끝내고 코스를 파악한 후 현장에서 일을 배우는 마지막 단계가 바로 동반 교육입니다. 저와 그 친구는 약 15일 정도를 같이 다녔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사회 초년생이라 아기같은 이미지였는데 한 사건 때문에 더욱 정이 들었습니다.
하루는 다른 동료 캐디가 클럽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 옆을 지나가다 그만 쑥 뺀 클럽 헤드에 오른쪽 눈을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 뭡니까. 저희도 일을 하다 무심코 뺀 클럽에 고객들이 얼굴을 맞을 뻔한 일이 종종 생겨 조심을 하는데 그런 일이 바로 이 신입생에게 생겨버렸습니다. 한쪽 눈이 시퍼랬지만 며칠 연장되는 교육에 시간이 아깝다며 그냥 근무를 나가기로 했죠.
문제는 보는 고객들께서 모두 다 한마디씩 하신다는 겁니다. "언니 눈이 왜 그래? 왕언니가 말 안 듣는다고 때렸어?" "언니, 교육생 살살 다뤄" 농담 섞인 말씀이지만 저는 '못된 왕언니'로 찍히며 그렇게 매일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신입생은 고객이 말씀하실 때마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고, 심지어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더라고요.
저야 뭐 고객들께서 하시는 말씀 신경 안 쓸 만큼 강단이 생겼지만 이제 갓 들어온 신입생은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서러웠겠습니까. 물론 장난으로 하시는 말씀인줄 잘 알지만요. 돈 벌겠다고 왔는데 얼굴이 다쳐 멍까지 들고 말입니다. 저도 교육생 시절에 괜히 서러워 남몰래 눈물 흘리던 날들을 돌이켜 보니 우리 신입생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얼굴을 보자마자 장난치시는 고객들과 달리 아무 말씀 없으신 고객이 한 분 계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몇 홀 지나자 이내 옆에 계신 다른 고객께서 물어보십니다. "언니 눈 왜 다쳤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동안 말씀이 없으셨던 고객께서는 "언니가 너무 예뻐서 남자친구가 뽀뽀해서 그래"라고 대신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 날 이후 우리 신입생은 고객께서 물어보기도 전에 대답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예뻐서요"라고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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