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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태 해준 게 뭐 있냐?" 아내가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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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메이커]은퇴설계, 아내의 '홀로 10년'도 챙겨라

#지난해 11월 법원은 권위적인 남편(80)으로부터 6년 동안 메모지를 통해 살림 지시를 받은 76세 아내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남편은 '앞으로 생태는 동태로 하고 삼치는 꽁치로 바꿀 것' '두부는 비싸니 많이 넣어서 두부찌개 식으로 하지 말고 각종 찌개에는 3, 4점씩만 양념으로 사용할 것' 등의 메모를 남겨 아내를 통제했다고 한다.
깻잎 반찬을 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멱살을 잡히자, 아내는 마침내 이혼을 청구하게 됐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노후에 부부가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갈등 역시 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분석 발표한 '2011 서울 노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자녀 없이 부부끼리 사는 65세 이상 노인은 2010년 현재 26만1399명으로 전체 노인 중 28.1%를 차지했다.


노인 3가구 중 한 가구가 부부끼리 사는 셈이다. 이는 2000년 11만3826명에서 10년새 129.6% 늘어난 규모다.

이러다 보니 갈등이 파국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통계청 자료(2011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이혼건수가 지난해 4346건으로 2000년 1321건에 비해 229%나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남편들은 회사를 그만두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지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없어지게 된다. 대신 부인과 자녀가 이를 확인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주요 기반이 된다.


은퇴 남편이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부인에 의해 지지받는다면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다.


"열두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라거나 "이 복 저 복 해도 처복이 제일이다"라는 옛 속담들처럼 은퇴 이후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노후 생활에 있어 황혼 이혼의 충격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적인 손실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이혼하게 되면 부부가 연금을 나눠 연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 중 분할연금 제도가 있는데, 이는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하면 60세에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을 나누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배우자 연금 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부부가 절반씩 나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이혼연금'이라는 분할연금을 타는 이가 2011년 7월 현재 5376명으로 올들어 5000명을 넘어섰다.


2005년 955명, 2007년 1701명, 2009년 3806명, 지난해 4598명으로 매년 급속하게 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내던 부부가 이혼으로 이를 절반씩 나눈다면 어느 쪽도 노후 보장이 안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불행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원인은 이른바 '퇴직남편재가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이다.


은퇴 이전에 남편은 밖에 나가 돈벌이를 하고 부인은 가정에서 살림을 하기 때문에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러다가 남편이 은퇴 이후에 주로 집에만 있으면서 부인에게 일일이 요청하는 것이 많아져 아내가 심리적 압박감을 갖게 된데서 생겨난 말이다. 1991년 일본인 의사 노부오 구로카와가 처음 만들어 낸 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부부간에 잔소리 보다는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과의 사이엔 있는데 부부 사이에는 없는 게 바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한다.


아무리 오래 함께 한 부부라도 표현하고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부부나 가족간의 대화를 늘리려고 하는 데 평생 안 하다가 은퇴하고 나서야 대화 하려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따라서 은퇴 전부터 대화의 시간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같이 여행가기'나 '1주일에 1번 이상 가족 모두 함께 식사하기' '한 달에 한번 가족회의하기'와 같은 규칙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은퇴를 준비하면서 재무적인 준비 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활동, 취미나 여가, 건강 등으로 균형있고 종합적인 '행복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은퇴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는 어느 한 가지로만 풀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경우가 많다. 부부간의 갈등 역시 비단 한 가지로만 풀기 어렵다. 적절한 사회활동과 여가생활, 건강 등이 모두 맞물려야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부부는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이에 대해 함께 준비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남성 위주로 은퇴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는 부인의 노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은퇴 이후에 부부는 '활동기- 회고기- 남편 간병기- 부인 홀로 생활기- 부인 간병기'의 단계를 밟는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7년 정도 더 긴데다 2~3살 차이로 결혼하기 때문에 남편보다는 부인이 더 오래 살기 마련이다.


따라서 남편들은 부인의 간병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인은 아픈 남편을 간호하다가 남편이 떠나면 혼자서 10년 이상을 살아가게 된다. 남편 못지 않게 부인의 삶도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부부가 같이 생활한 이후에 홀로 남게 된 부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낙상, 치매, 암, 우울증과 같은 고질적인 질병이 있다.


이처럼 여성 홀로 살아가야 하는 10년은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외로움과 질병 속에서 힘들게 보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남편 사별 후 홀로 지내는 부인을 위해 ▲어디서 거주할 것인가? ▲어떤 연금이 있는가? ▲의료비와 요양경비를 준비할 것인가? 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비록 당장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렵더라도 이런 질문을 염두에 두고 생애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은퇴자금 마련시 부부형 연금 설계를 하는 것이 있다. 퇴직금, 개인연금, 변액연금 등을 노후에 연금으로 탈 때 남편 사망 후에도 부인이 탈 수 있도록 선택해야 한다.


부부형 연금은 부부 중 어느 한 명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가 계속해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주 가입자인 남편이 사망할 경우 액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남은 가족이 계속 유족연금을 타게 되므로 대표적인 부부형 연금이다.


또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부인의 간병 대책이다. 남편의 간병을 부인이 담당하게 되지만 막상 남편 사별 후 홀로 장기간 살아가야 하는 부인의 간병대책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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