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에 달렸다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도 현재의 'A+'에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AA-' 등급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피치는 다만 876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피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11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내린 바 있어 3년만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선진국들의 신용평가 등급이 무더기로 하향조정되는 중에 등급전망이 상향돼,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 피치를 포함한 3대 신용평가사를 통틀어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운데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상향된 국가는 우리나라와 브라질뿐이다.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하면서 탄탄한 재정건전성 및 대외건전성, 빠른 경제 회복력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지난 8월 초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과 비교해 우리의 재정수지·국가채무 등 양호한 재정건전성이 신용전망 상향에 큰 몫을 한 셈이다.
이와 함께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10월말 기준 3110억달러)과 은행 등의 단기외채 비중 축소, 일본(700억달러)·중국(560억달러)과 통화스와프 체결 등 대외 부문의 위기대응능력이 대폭 개선된 것도 또 다른 원인이었다.
다만 피치는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와 높은 대외의존도 등을 들었다. 피치는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작년 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132%로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했던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를 선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과 은행의 건전성을 볼 때 내년 상환을 걱정할 여지는 없다"면서 "다만 가계부채 문제는 단기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