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연말을 앞두고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급여 1% 기부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들은 한해 약 11억원을 모을 것이라고 한다. 포스코가 작년 기탁한 이웃돕기 성금인 1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동안 기부는 마음보다는 머리로 이해돼왔다. 해야하는 이유는 알아도 선뜻 나서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부문화가 확 달라지고 있다. 기자가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급여 1% 기부에 나섰다는 얘기를 듣고부터였다. 이 회사는 급여 우수리 기부를 확대, 9월부터 급여의 1%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임원은 기부에 동참하는 이유를 '보은(報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대기업에 다니며,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은 내가 잘났다기보다 사회적으로 축복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회사에 입사하는 삶의 과정에는 사회로부터 받은 수많은 도움이 담겨있다는 설명이었다.
2009년 국내 기업 220개사는 사회공헌에 2조6500억원을 사용했다. 전년도에 비해 5000억원이 늘었으며, 기업별 평균 지출액은 120억원에 달한다. 사회적 책임감이나 기업 이미지개선 등 이유를 막론하고라도 규모면에서 이미 기업의 사회공헌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 기부로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인 1명이 1년에 기부하는 돈은 평균 19만9000원으로 미국인의 7분의 1, 영국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종교헌금이 개인 기부금의 80%를 차지, 엄밀한 의미의 기부는 말하기조차 창피한 수준이다.
기업과 개인이 가진 기부의 온도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나 포스코 직원들의 급여 나눔은 이처럼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던 기부문화의 한계를 깨는 계기가 됐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물은 쉽게 멈추지 않는 법. 급여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계열사와 협력업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따뜻한 기부의 씨앗이 사회 곳곳에 흐를 수 있길 바란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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