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 하면 누구나 창조를 떠올린다. 우리나라에도 존경받는 CEO가 많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 카리스마 이미지를 가진 CEO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먼저 우리나라 교육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려서부터 외우고 암기하는 공부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 학교에서의 성공이 곧 사회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자신이 했던 동일한 공부 방법과 성장과정을 강요한다.
기업에서의 교육은 어떤가?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변화를 위한 교육보다는 회사 제도나 규칙에 충실히 따르도록 하는 적응훈련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그 결과 직원들은 기존의 관행적인 사고와 방법에 잘 적응하게 된다.
창조는 새로운 변화를 쫓는 호기심과 모험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모험심은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인데, 기업의 리더들은 부하직원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거나 실수하면 책임을 묻는다. 기업들이 젊은 사원들에게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지도 않은 채 말로만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기성세대들이 살아온 방식이나 성공 사례들이 그대로 젊은 세대에게 전수되고 반복됨으로써 과거 성공이 오히려 혁신의 장애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기업의 변화에 대한 교육은 신입사원이 아니라 임원이나 CEO가 더 많이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교육비용만 낭비하지 실질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기업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릇된 교육 생태계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월드컵 축구 4강, 피겨선수 김연아의 쾌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은 우리 역사에 남을만한 일들이지만 이런 성공을 뒤에서 기획하고 연출한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즉 하드웨어는 우리 것인데,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외국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빚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창조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20세기 환경에서 교육 받은 기성세대들이 아직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터넷에 들어가면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암기 식 교육이 필요 없는 21세기 환경이다. 물론 창조적인 인재로 성장하려면 기본 지식이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예측불허 상황에서 실패와 실수를 무릅쓰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어제까지의 규칙과 제도를 오늘에 맞게 과감히 혁신하는 창조적 활동은 기본교육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생태계가 바뀌어야만 가능하다.
스티브 잡스 같은 창조형 CEO를 찾아보기 힘든 또 다른 원인은 서로 윈윈(win-win)하는 협력과 네트워크, 그리고 소통의 부재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세계적인 회사의 창업과정을 보면 혼자가 아니라 각자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협력해 일궈낸 것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성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이야말로 창조의 핵심 요소다.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 중 한 명이 새로운 생각을 한다고 창조적 작업이 이뤄지기 어렵다.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생각을 공유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해야 진정한 의미의 창조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여당과 야당, 경영주와 노동조합, 스승과 제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이해가 상반되는 사람들끼리 서로 각자 주장을 고집하며 네거티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방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이 수용하기를 강요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제품이나 신사업이 실패하는 원인의 70%는 부서 이기주의와 막힌 의사소통이다.
나종호 엔프라니(주)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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