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자유광장에서 벌어지는 시위, 그리스와 칠레의 상황, 각국의 새로운 대처 방안이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다행히 한국경제가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지는 않지만 유동성이 심한 한국경제의 특성상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대안은 분명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방식의 '미래형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교육과 복지를 소모성 지출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왜 보편적 복지인가, 어떻게 재정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확대되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을 기폭제로 촉발된 '보편적 복지' 의제가 최근에는 반값 등록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 수준도 높게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선별적 복지 방식이 중심이 된 정책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다는 국민적 각성을 피해갈 수 없는 시점인 것이다. 복지는 경제를 선순환시킨다. 2000년대 교육ㆍ보건ㆍ복지사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8.2%였던 데 반해 건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4%에 그쳤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보편적 방식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사회통합력을 강화한다. 보편적 복지 확대가 지금의 경제난을 헤쳐 나가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초등 의무교육을 넘어 영ㆍ유아 교육비 및 고교 전면 무상교육을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 실제로 경기도 유아교육 예산을 살펴보면, 0~5세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영ㆍ유아 전면 무상교육을 위해 이미 지원하고 있는 1조800억원을 제외하면 약 4500억원 정도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또한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약 7700억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결국 유아 무상교육과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서는 총 1조22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이 예산을 지방교육자치단체의 힘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영ㆍ유아 교육비와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국가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정부 재정지출의 구조와 조세개혁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복지확대는 필연적으로 복지재정 확충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도 이제는 부유세 등 증세를 위한 조세체계 및 지출구조 개혁으로 적극적인 복지예산 확충을 검토해야 한다. 더블딥(이중 침체)의 구체화 등 낮은 수준의 공황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국제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고소득자의 증세를 골자로 한 미국의 버핏세, 프랑스와 독일의 부유세, 이탈리아의 연대세 도입을 위한 조세개혁 움직임은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위기극복 노력의 한 가지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세부담률 평균이 25.8%인 데 비해 우리는 20% 미만에 머물고 있다.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국민부담률 또한 OECD 평균에 비해 8% 이상 낮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따라서 부유세 신설 등 국제 흐름을 참고하여 종합적인 증세방안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들도 제대로 내고 제대로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가 일반화된 나라는 금융위기를 겪는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교육 양극화가 진행되는 우리 공교육 붕괴를 막는 안전장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무상급식을 통해 보편적 방식의 복지 문이 열렸다면 이제는 복지의 양과 질, 그리고 영역의 확대와 복지재정 확충 논의를 포함한 적극적인 '복지국가' 담론이 필요한 때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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