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고객에게서 받는 각종 수수료가 은행당 평균 138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어제 발표한 4대 은행의 수수료 실태를 보면 우리은행 195가지, 국민은행 132가지, 하나은행 116가지, 신한은행이 109가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4대 은행의 최근 4년간 수수료 수익이 당기순이익의 57%로 원가보다 비싸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많은 은행의 수수료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산출 근거도 분명하지 않다. 창구에서 같은 은행의 다른 계좌로 10만원을 보낼 때 SC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은 1500원, 한국씨티ㆍ경남ㆍ대구ㆍ전북은행은 1000원씩 받는다. 제주은행 800원, 기업ㆍ농협ㆍ우리은행이 500원을 받는 데 비해 나머지 은행은 수수료가 없다.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경우 10만원을 기준으로 수수료가 두 배로 뛴다. 영업시간에 9만원을 송금하면 수수료가 600원인데 11만원을 보내면 1200원을 받는다.
대출 수수료는 더 이상하다. 개인 신용평가 수수료 명목으로 광주ㆍ전북ㆍ대구ㆍ경남ㆍ부산은행이 1만원, 우리ㆍ외환ㆍ신한은행과 수협이 5000원씩 받는 데 비해 다른 데는 수수료가 없다.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본점에선 10만원, 영업점에선 6만원을 받는다. 은행이 대출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신용평가마저 고객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다. 대출금 조기상환 수수료 0.7% 또한 너무 높다고 금융당국이 시정을 촉구했지만 여태 소식이 없다.
은행들은 우수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하며 인터넷ㆍ텔레ㆍ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면 수수료 부담이 없다고 한다. 여기서 고액 예금자 등 VIP 고객이 면제받는 만큼 예금액이 적은 서민고객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모순이 생긴다.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인터넷ㆍ텔레ㆍ모바일 뱅킹 또한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더구나 은행들은 은행 사정에 따라 사전예고 없이 수수료를 변경할 수 있다고 공시하고 있다. 은행 마음대로 부과하고 바꿀 테니 금융 소비자는 따라오라는 우월적 지위의 표시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설 대목이다. 그에 앞서 은행 스스로 복잡하고 잡다한 수수료를 정비하고 수수료의 원가계산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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