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간헐적 조정이 기회"
S&P500 지수, 연초 저점 대비 29%↑
추가 멀티플 부여 부담스런 수준이지만
추세적 하락보다 일시적 되돌림 가능성 커
미국 증시의 계속되는 상승에 주가가 과대 평가됐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증권가는 내년 초 변동성 확대 시 미국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지수 조정이 분할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올해 초 저점 대비 28.96% 올랐다.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시장은 올해 내내 상승했다. 지난 8월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논란 및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 의한 급락이 있었으나 단 2주 만에 낙폭을 되돌렸다. 9월에는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해소되면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을 극복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후 랠리를 지속했다. 이달 18일에는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 폭이 적을 것이라는 Fed발 충격에 하루에만 3% 가까이 밀렸으나 곧바로 산타 랠리를 시현하며 6000선을 회복했다. 올 한해 미국 증시는 수익률 및 위기 후 회복 탄력성 측면에서 국내 증시를 압도했다.
일각에서는 거침없이 상승한 미국 증시의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3배에 근접하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는 유동성 공급 및 저금리 등에 PER 22배를 기준으로 4000선 돌파 후 4800까지 상승했지만, 현재 금융환경은 당시와는 다소 다르다"며 "향후 금리 인하 및 신정부 정책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있다. 지금의 물가 하락 속도와 Fed의 스탠스를 감안하면 미국 시장 밸류에이션에 추가 멀티플을 부여할지 여부가 고민될 만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주가가 흔들릴 수 있는 내년 초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대선 직후인 12월까지는 대표 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지만 1월에는 일시적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다. 이번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지수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추세적 하락보다는 일시적 되돌림 이후 반등이 여러 번에 걸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조정 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이며 정책과 실적을 고려할 때 투자 매력이 높은 업종은 커뮤니케이션과 산업재"라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1월20일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후퇴했으나,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내리기 위해 고용시장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데다 평균 실업 기간이 급등하고 실업률 상승 추세가 살아 있어서 Fed의 조심스러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후가 주식 비중 확대 기회일 수 있다.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건 주식에 잠시 부담스럽지만, 명목성장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식에 좋은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내년 미국과 비(非)미국 간 디커플링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미국은 완화적 통화정책 국면 속에서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팬데믹 이후 AI와 메타버스라는 신산업으로 국가 생산성 및 기업 성장률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 시장은 실적을 반영하며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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