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자영업자 A씨는 지난 4월 6만9630원에서 11만4780원으로 4만5150원, 무려 64.8%나 오른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았다. 갑자기 크게 오른 보험료에 놀란 A씨에게 돌아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답은 "1억6000만원이던 전세 가격이 4억8500만원으로 상승한 때문"이라는 한마디였다. 3억원이 넘게 폭등한 전셋값을 마련하느라 진을 다 뺐는데 건보료 폭탄까지 맞은 셈이다.
급등하는 전ㆍ월세 가격이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져 집 없는 지역가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전ㆍ월세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지난 4월 건보료가 인상된 지역가입자가 전국적으로 5만5988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험료 인상 폭은 평균 12.6%에 이른다. 서울 지역은 1만1516가구가 평균 14.5%를 더 내게 됐다. 지난 2년간 전국의 전ㆍ월세금 평균 오름 폭 19.7%와 비슷한 수준으로 물가 상승 폭의 3배가 넘는다.
문제는 전ㆍ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집 없이 사는 서민의 건보료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직장가입자는 월급에서 건보료를 떼기 때문에 전ㆍ월세 가격이 뛰어도 보험료가 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전ㆍ월세금을 재산으로 간주해 건보료 산정에 반영하기 때문에 전월세금이 오르면 건보료도 오르게 돼 있다. 전체 지역가입자 779만가구 가운데 343만6000여가구가 그런 경우다.
크고 좋은 집으로 전ㆍ월세를 옮겨가는 경우는 건보료를 더 낸다고 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집에 계속 세 들어 살면서 급등한 전ㆍ월세금을 내려고 빚까지 얻는 형편의 서민들에게 건보료까지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세금을 더 많이 냈다고 해서 어떻게 자산의 증가로 볼 수 있는가. 소득에 비례해 건보료를 부과해야 하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보험료 부과체계를 서민들이 합당하게 부담하는 쪽으로 고쳐야 한다. 자산 평가 시 전ㆍ월세금의 비중을 낮추거나 전ㆍ월세금의 일정 부분을 공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오른 전ㆍ월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 빚을 공제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가뜩이나 전ㆍ월세 대란에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운 서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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