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고공행진에 암시장에 뭉칫돈 몰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원화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명동과 남대문 일대 암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보통때는 관광객들이 쓰고 남은 잔돈을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엔화값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급등하자 암시장에 뭉칫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기자가 직접 남대문 암시장을 찾아보니 큰 지갑을 차고 앉아있는 아줌마들이 곧바로 눈에 띄었다.
27일 남대문에서 만난 한 환전상에게 엔화를 상당량 갖고 있다고 하자 다짜고짜 "당장 팔라"고 한다. 1000엔당 1만5400원씩 쳐주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은행에서 팔 때 1000엔당 1만5100원 수준에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000엔당 300원을 더 쳐주는 셈이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직후 엔화 값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던 때 거래되던 암시장 시가가 1000엔당 1만4000원 내외였으니 그때보다도 11%가 더 올랐다. 이번달 초 1만3000원대에서 거래되던 것을 감안해도 20여일 사이 2500원 넘게 치솟은 것이다. 지난 26일 원-엔 환율은 1000엔당 1만5600원대를 넘어서면서 '리먼사태'때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환율 탓에 이날 명동에는 고시 환율을 아예 적어놓지 않은 환전소가 많았다. 이날 두 시간여 동안 돌아보니 환전소와 암달러상이 제시한 엔화 값은 1000엔당 1만4900원에서 1만5500원으로 제각각이었다.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7만7000원으로 5000엔을 환전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남대문에서 만난 한 암달러상에게 이를 다시 원화로 바꾸니 11만5000원에 달했다. 제도권인 환전소와 비제도권인 암달라상인 사이의 환율 격차가 큰 탓인지, 아니면 기자가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인지 불과 한 시간여만에 3만8000원의 수익(?)을 남긴 셈이다. 이 중 5000원은 뭉칫돈이 있다고 하자 "다시 오라"며 얹어준 것이다.
명동에서 만난 70대 암달러상 A씨에게 팔 엔화가 있다고 하자 다짜고짜 "잘 해줄테니 돈부터 내 놓으라"고 한다. 다른 암달러상 B씨와 얘기 하고 있는 15분 동안 엔화뭉치를 들고 와 환전해간 사람만 세 명이었다. 좀 더 둘러보고 오겠다고 발걸음을 돌렸더니 어느새 다른 암달러상이 따라붙어 100원씩을 더 쳐주겠다고 꼬드겼다.
일본 대지진이후 수십만엔에서 수백만엔까지 뭉칫돈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명동에서 만난 환전상들은 엔화의 고공행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50대 환전상 B씨는 "그동안의 사례를 봐도 1000엔당 1만5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며 "일본 정부가 개입한다는 얘기도 있고 엔화값이 오를 만큼 올라 곧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000엔당 1만5600원대를 넘어섰던 26일에 상당한 엔화 뭉치가 나왔다고 그는 귀띔했다. B씨는 "일본인 관광객들 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요 며칠 동안 어디에서 났는지 엔화 뭉칫돈이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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