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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亂 그리스…중산층 이렇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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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깎고 세금늘려…긴축정책 반대·납세거부 확산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부채가 누적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그리스에서는 최근 한 가지 두드러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중산층의 붕괴다. 1998년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와 같은 일이 2011년 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는 지난해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의 ‘트로이카 채권단’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 1100억유로를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용되어 있을 정도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세금을 인상하고 연금을 삭감해 왔다.

그러나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의 긴축이 재정적자 감축에 지지부진하다며 9월 중 지원키로 한 6차분 80억유로를 다음 달까지 미뤘다. 사실상 그리스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지난 8월31일 그리스 의회예산청은 “부채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추가지원이 없다면 재원이 바닥난 그리스는 국채 만기분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이르게 된다.


지난주 21일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6차분을 지원받기 위해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 삭감을 담은 추가 긴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인력 3만명이 올해 말까지 임금의 60%를 받는 ‘예비인력’으로 분류된다. 당초 2만명에서 1만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 예비인력은 1년 안에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해고된다. 또 약 50만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퇴직자에 대해 연금을 더 삭감하기로 했고, 거기에 더해 올해부터 부과되는 부동산 특별세 시한을 2014년까지 연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현지 취재를 통해 정부 긴축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수도 아테네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수도 아테네 시청에서 회계로 일하는 50세의 스텔라 피리구 씨는 정부 긴축조치에 따라 월 1500유로를 받던 월급이 1000유로로 깎였다. 중고차 부품을 판매하는 그녀의 남편도 수입이 줄었고 피리구 씨의 어머니도 월 연금수령액이 680유로에서 600유로로 줄었다. 여섯명인 이 가구는 한해 1500유로가 넘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집밖에 없다”면서 피리구 씨는 “부동산세를 낼 생각도, 그럴 능력도 없으며 차라리 감옥에 가두라”고 말했다.


아테네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공공영역 임금삭감 외에 또 있다. 그리스 정부는 소득세 부과 대상 확대를 위해 기존의 연소득 1만2000유로(지난해 기준)에서 5000유로로 기준을 낮추기로 했고 식품을 비롯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붙는 부가가치세(VAT)를 13%에서 23%로 인상했다. 최근에는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1~4%의 ‘연대세’를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임금이 30% 이상 깎인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수반되는 경우도 많다. 지적장애아동 치유센터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38세의 아프로디테 코로기아나키 씨는 2개월째 임금이 체불된 상태다. 그녀는 “정부 정책은 논리도 안 맞고 불공정하다”면서 “두 달째 번 돈이 없는데 무슨 수로 세금을 내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트로이카의 긴축 요구가 그 강도를 더해갈수록 그리스 국민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허리띠를 극도로 졸라맬수록 그리스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세입도 덩달아 줄어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디폴트 위기를 벗어나려는 긴축이 오히려 그리스를 디폴트를 향해 떠미는 형국이다.


분노한 그리스 시민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섰다. 수도 아테네에서는 연일 노동계과 야당의 주도 아래 수천 명의 시민들이 긴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납세 거부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그리스 양대 노조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이 내달 5일과 19일 총파업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냉정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이같은 긴축이 그리스의 부채를 줄이고 그리스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리스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경제지표 등 종이 위의 숫자에 잡히지 않는다. 언제 올 지도 모르는 ‘그리스 경제의 체질개선’보다 더욱 빨리 온 것은 임금과 연금의 삭감이었고 그리스인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찢어지기 직전까지 해어졌다. 실업률은 공식 통계로 16%에 이르고, 고국을 등지고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늘었다. 출생률은 급락했고 자살률은 급상승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금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유일한 선택은 국가부도, 그리고 모든 그리스 국민들을 짓누를 엄청난 파급효과 뿐”이라면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점을 알지만 지금은 가장 결정적인 싸움에서 이겨내야만 하는 때”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아테네에 위치한 유럽·대외정책연구재단의 옌스 바스티안 연구원은 “지금 그리스 정부는 시민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정부의 긴축정책은 중산층을 위축시키는 것을 넘어 아예 중산층이 존재할 토양 자체를 없애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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