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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통제된 파산'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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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지난 2010년 말 기준으로 그리스의 부채 규모는 약 4천4백억 유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비율이 올해 말에는 20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이 -8%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다가 국채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그리스가 빚을 갚을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미 EU와 IMF의 구제금융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의 파산은 불가피해보이지만, 그 여파로 이탈리아와 스페인등 중심부가 흔들리는 것을 유럽 국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통제된 파산’ 시나리오는 이같은 후폭풍을 차단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 유럽 은행 필요 자금은 얼마일까?
그리스가 파산하면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잇는 유럽계 은행들이 가장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악의 경우 4조 달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24일 다니엘 그로스 유럽 정책연구센터(CEPS) 소장의 말을 인용해 "최대 4조 유로“가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은행 연쇄 부도를 막고,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감당하려면 최소 2조 유로 있어야 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4400억유로 규모로 확대를 추진 중인 유로재정안정기금(EFSF)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확대를 통한 해결책은 가능할까?
지난 주말 일부 언론(특히 영국계 언론)에서는 유럽 정책담당자들이 EFSF를 레버리지화하여 그 효과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따른다. 첫째 법률적인 문제점이다. 금융기관이어야 만이 레버리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EFSF가 레버리지를 쓰기 위해서는 은행 면장이 필요하다. 사실상 유럽중앙은행을 보조하는 또 하나의 특별은행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AIG를 구제금융하기 위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SIV(특별투자법인)이라는 편법을 썼었다.


두 번째는 이같은 레버리지는 유럽중앙은행이 보증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그리스 이외의 국가로까지 파산이 확산되는 경우, ECB가 부실화하고 결국 유럽 각국은 현금을 출자해 ECB를 구제해줘야 한다는 난점이 생긴다.


독일이 결론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극구 그리스의 파산을 부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기다가 오는 29일 독일 의회에서의 EFSF 법안 표결도 만만치 않다. 독일 국민의 80%가 그리스 지원을 반대하고, 60%는 유로존 잔류가 손해라고 대답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물론 독일 의회에서 EFSF 관련 법안이 부결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정권 파트너인 자유민주당과의 합의를 보았다. 제1야당인 사민당은 정권을 잡았을 당시 유로화 도입을 적극 주도한 세력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유로공동채권(유로본드)의 설립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반대 여론과는 무관하게 독일 의회는 형식상의 격론 뒤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역내에서 가장 큰형님격인 독일에서 EFSF가 승인되면 다른 북구 국가들도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 유로화는 깨어지지 않을까?
독일은 지금까지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미지수다.


설사 50%의 원금 탕감을 해준다고 할지라도 그리스의 현 경제사정상 절반을 갚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며, 국가 자산 매각 및 국민들에게 고통스러운 긴축을 강요해야 하고, 그 과실은 지속적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스로서는 유로존에 계속 남는 것이 과연 득인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차라리 과거 그리스 통화인 드라크마를 재도입하여 평가절하를 하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써가면서 외채 협상 및 경제 구조 조정을 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유로존이 붕괴하면 자신의 가장 주요한 시장을 잃게 되는 독일로서는 유로존의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리스를 잔류시키고 싶다면 독일쪽은 더 많은 양보를 해주어야 하며, 이는 독일 국내 사정상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리스는 파산하되 유로존 잔류 여부는 다시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 국제 외환시장은 어떻게 되나?


EFSF를 레버리지를 사용하여 2조 유로 규모까지 활용하게 되면, 유럽 내부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다른 통화와의 관계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먼저 2조 유로라는 엄청난 규모의 신규 유동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로화는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하락할 것이다. 즉 엄청난 폭의 평가절하가 우려되며, 이에 따라 달러화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지난 2008년과는 달리 이번 달러 강세는 미국의 내부적 요인이 아니라, 유로화의 상대적 취약성에서 빚어진 강세라는 점에서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와 안정성이 오히려 부각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가진다.


세계 보유통화에서 달러와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0년 전의 70(달러):20(유로)에서 지난해 말에는 60:30까지 내려와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졌지만, 이번 유럽 부채 위기를 계기로 이같은 추세가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 파산의 후폭풍은 어디까지 미칠까?
가장 대규모의 ‘통제된 파산’이었던 지난 2008년의 리만 브라더스 사태와 비교하면 과연 그 ‘통제’가 가능한지 짚어볼 수 있다. 당시 미국 금융당국과 연방은행(Fed)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을 갖고 리만의 파산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구제금융(TARP) 7천8백억 달러를 투입했고, Fed는 지금까지 모두 2조3천억 달러를 시장에 퍼부었다. 이같은 공식적인 자금 공급 이외에도 최근의 미 의회 감사에 따르면 2008년 말 Fed는 비밀리에 약 1조2천억 달러를 전세계 금융기관에 공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정부보증 기업을 사실상 모두 국영화시켰고, 연방정부가 씨티은행과 GM 자동차의 최대 주주가 되었으며,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였던 AIG도 떠맡았다. 또 그 여파로 지난 3년 동안 약 1천여개의 미국 은행이 파산했다.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어 유로화는 리만 사태 직전 1유로당 1.65달러에서 1.25달러로 절하되었으며, 원유가는 텍사스 중질유가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에서 2009년 초에는 60달러 초반까지 폭락했다.


전세계 국가가 공조를 약속하며 경기부양책과 신용확대책에 수조달러를 쏟아넣고서야 위기는 간신히 진정국면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각국 정부가 신용확대책을 쓸 방안조차 마땅치 않다. 리만 사태를 가라앉히느라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번 그리스 사태는 바로 그 국가 부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파산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파산을 ‘통제’하는 것은 그리스를 구제하기보다 훨씬 힘들어 보인다.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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