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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9.15정전 당시의 정황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전 당시의 상황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도 전력당국의 주먹구구 대응이 새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정부 합동점검반과 지식경제부의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에 대한 감사결과를 통해 당시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실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전력거래소 등 전력기관에 대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전 당일 주먹구구식 대응과 전력거래소 이사장의 행보 등이 집중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과 민주당 김재균 의원 등은 "전력거래소의 팩스 송수신 자료를 보니 오후 1시35분 관심 단계의 경보 발령에 관한 팩스를 지경부에 보냈는데 수신처가 전력산업과가 아닌 무역투자실 수출입과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담당 직원이 실수했던 것 같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지경위원들은 또 "오후 3시11분 순환 정전 전 이런 조치에 대한 내용을 지경부와 한전에 팩스로 보냈다고 했지만 지경부도 한전도 받은 바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냈느냐"고 추궁했고 염 이사장은 "1시 35분에만 보냈다"고 답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전력거래소가 오후 1시20분 '관심' 경보를 발령하고 '주의'나 '경계' 단계 없이 오후 2시20분 '심각' 경보를 발령했으나 한전과 발전사는 이에 대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조 의원은 또 "오후 2시55분 전력거래소가 정확한 예비전력을 알려주지 않은 채 한전에 긴급부하차단을 실시하라고 통보했고, 한전은 예비전력이 400kW인 상황에서 왜 부하차단을 하느냐며 영문도 모른 채 순환단전 조치를 취했다"며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거래소가 한전에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경보시스템도 마비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의 정전 당일 행보와 국감 발언 번복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오전부터 양수발전기를 돌리고 오전 10시50분 최초로 경보에 들어간 상황에서 염 이사장은 11시30분부터 1시45분까지 메리어트 호텔에서 지경부 옛 동료와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며 "일촉즉발위기 상황에서 무사태평이었다"고 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염 이사장이 지난 19일 국감에서 박민식 의원의 질의에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인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후에는 그런 적이 없다는 답변서를 제출, 국감에서 위증한 꼴이 됐다"며 "어떤 게 진실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염 이사장은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며 "지난 15일을 제외하고는 100만kW 이하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설립된 전력거래소에 대한 한전으로의 재통합 주장도 나왔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은 전력수요를 예측해서 매일 생산량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에 있다며 전력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사상초유의 정전사태를 유발한 전력거래소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작년 감사원 감사에서 전력거래소가 거래단가를 부풀려 총 4175억원의 비용을 더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거래소 설립으로 5540억원의 거래수수료가 발생해 전기요금으로 전가됐다"며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송전망을 소유한 한전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전력산업 구조와 인사를 대폭 수술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전력생산 공급과 운영주체가 분리된 이원적 구조를 통합하고 비전문 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교체할 것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은 "정전사태의 근본원인은 전력과소비 구조에서 비롯됐고 정부의 수출 위주, 대기업 위주의 전기요금체계가 이를 야기했다"며 "전기요금체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두 조직을 손보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사항을 검토 대상으로 놓고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겸 한전 사장도 "과거에 해당 기능과 조직이 통합돼 있다가 분리된 데 대해서는 민영화와 경제성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는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김 사장은 기업형 농가에도 원가의 37%에 불과한 농사용 요금 대신 산업용 요금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의에는 "하루 300kW 이상 소비하는 기업형 농가에는 그렇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또 정전피해 보상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3년 연속 적자로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피해 조사 결과와 보상위원회의 결정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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