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수입 쏠쏠했는데…
순익 비중 최고 56%넘어… 융자 한도 낮추기 눈치보기
[아시아경제 박종서 기자, 임철영 기자]개인 투자자들을 증시 변동성으로부터 보호하려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꺼내든 '신용융자 제한' 권고가 증권업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 상당수가 신용융자 이자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중 순이익의 56%를 신용공여 이자수익으로 채운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해 동안 1115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이 가운데 신용융자에서 번 이자수익이 629억원에 달한 것.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늘어난 키움증권 순이익 239억원의 71%를 신용공여 이자수익 증가분(170억원)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위탁수수료 등의 수익이 100억원 이상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장 짭잘한 수익원이자 구원투수였던 셈이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 시달렸던 다른 대형증권사들에는 신용융자가 더욱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지만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26% 이상 증가했다. 신용이자 수익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2%에 달했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순이익이 감소한 반면 신용공여 이자는 각각 155억원, 164억원 늘었다.
제살을 깎아야 할 처지에 놓인 증권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A증권사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이미 신용융자 서비스를 보수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한도를 더 낮추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개인고객이 많고 수익에서 신용융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제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이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중단 또는 제한 계획을 현재는 갖고 있지 않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무작정 버틸수만도 없는 상황. 금융당국은 단호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융자 이자수입 부문에서 영업상으로는 손실을 볼수 있지만 시장 안정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보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눈치보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까지 한도를 낮추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냐는 반응에서부터 섣불리 신용융자를 제한했다가 괜히 우리만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어 당분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돈을 갚지 못하거나 주가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해질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반대매매 한다. 이 때문에 신용융자는 증시 낙폭을 확대시키고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박종서 기자 jspark@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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