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대우증권이 초대형 유상증자를 감행하면서 다른 대형증권사들의 고민이 깊다. 자본확충 방법은 물론 규모도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헤지펀드가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할 신사업인지 내부적인 검토도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고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무조건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데다 헤지펀드사업의 성패는 초기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지난 7일 예상보다 빠르게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모도 금융당국이 제시한 3조원 보다 높은 4조원 수준에 맞췄다.
대우증권의 이같은 결정은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유증발표 직후 대우증권은 물론 우리투자증권의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했고 유화증권 등 일부 소형증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주가는 3~9%까지 급락했다.
증권주들의 급락은 대우증권 뿐만아니라 다른 대형사들도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투심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대우증권의 유상증자로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이미 헤지펀드에 진출의지를 밝힌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본확충 방법도 유상증자 쪽으로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D증권사 한 관계자는 "다른 대형증권사들에게 대우증권의 독주는 눈엣가시일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본조달 방법과 관련해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사업 진출을 위한 최소 자기자본기준인 3조원을 맞추기 위해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보다는 자본전입 등의 방법을 선호하는 분위기였지만 며칠새 기존입장을 바꿨다.
삼성증권측은 "매년 2000억원씩 자기자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자본전입의 형식으로 3조원 기준을 맞출수는 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유상증자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유상증자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대우증권이 자기자본을 4조원까지 늘리면서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대형증권사들은 일단 3조원 기준에 맞추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만큼 유상증자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3조원 기준에 맞추는 정도가 되겠지만 대우증권이 자기자본을 4조원으로 높이겠다고 밝힌 이상 다른 대형증권사들 역시 자본전입, 인수합병(M&A)방법 등 여러방법을 동원해 추가로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우선 부정적이다. 전문가들 헤지펀드 시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기업가치 훼손에 비중을 실었다. 대우증권에 대해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최대 60%까지 낮췄던 것.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의견을 보류하기도 했다.
유상증자 규모가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세를 막기 위해서는 납득할만한 '시장 설득'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국계 증권사 RBS증권은 "유상증자가 회사 주식가치를 하락시킬 것이라며 3000~4000억원 규모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크게 웃돌았다"면서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실적이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의 경우 1조4000억원의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시장 설득력이 관건"이라며 "자금사용의 목적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가시적으로 제시할 항목이 불투명해 과잉증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시킬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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