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징역 9년·26억 추징 명령
대법원 "편취액 다시 산정하라"
대법원이 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이민우를 속여 거액을 편취한 방송작가에게 중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민우에게 편취한 액수를 잘못 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가 사기,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9년과 추징금 26억 원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앞서 이민우는 2019년 6월 성추행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이민우와 친분이 있던 A씨는 "검찰 내부에 인맥이 있으니 무혐의 처분을 받도록 도와주겠다"면서 이민우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검사들과의 친분이 없었고 돈을 검사들에게 전한 적도 없었다. 그해 12월 이민우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A씨는 다시 접근해 "검사들이 무혐의를 번복하려고 한다"면서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이에 이민우의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 7억4000만원까지 가로챘다.
검찰은 A씨가 26개월간 이민우에게 26억원을 편취했다고 보고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민우는 재판 과정에서 A씨로부터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민우에게 돈을 빌렸을 뿐 가로챈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반면 피해자는 전 재산을 잃고 피해 복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민우를 심리적으로 지배했고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며 "A씨는 이민우를 비하하는 발언을 반복했고 이민우는 혼자 있을 때 A씨 발언이 환청으로 들리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인정한 편취 액수 26억 원 중 일부 금액이 중복으로 계산됐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A씨가 2020년 5월 이민우에게 대출받도록 해 처분 권한을 받는 방식으로 편취한 7억4000만 원 중 일부 금액이다. A씨가 뜯어낸 돈은 이민우의 다른 계좌들을 거쳐 다시 A씨나 제삼자에게 이체되기도 했는데, 이 돈을 별도 편취액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고 대법원 판단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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