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닷새째 발을 빼고 있다. 지난 1일 1조926억원 가량의 대규모 '사자'로 복귀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이후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이번달 들어 총 1100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8일 역시 장 막판까지 9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하다 동기호가에서 '팔자' 전환했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본격적인 '사자' 추세가 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는 기간은 적어도 20일 중 7일, 40일 중 15일을 순매수 하는 경우다. 이를 충족했을 경우 코스피 매수, 불충족시 매도로 수익률을 구해보면 평균 5.84%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지난 6월29일부터 7월11일까지 9거래일간 '사자' 행진을 이어간 이후 이같은 움직임은커녕 '연속 매도'로 일관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이후 순매수를 이어간 기록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3거래일간 1조5590억원어치를 사들인 게 전부다.
지난달 증시 폭락 이후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를 경험하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외국인의 본격 복귀와 이에 따른 안정적 상승 추세가 절실하다. 한국 시간으로 내일 오전 예정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코스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도 이같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어느 정도 강도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할지, 세계 금융시장이 이 대책의 현실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등에 따라 변동성을 줄인 증시뿐만 아니라 '외국인 귀환'의 첫 걸음 역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바마 연설 등 정책적인 재료가 외국인의 추세적 복귀를 불러올 도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도나 실효성 등 세부적인 요소들도 따져봐야겠지만 그보다는 지난달 폭락을 불러온 요인이 '이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정책을 통해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명분이 줄어들었을 경우 상대적으로 국내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매력이 증가했다"면서도 오바마 연설을 계기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들어올 상황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단기성 자금 유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길게 보는 투자자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한 현 상황에서 국내경기와 기업이익도 확인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유로존 부채위기 역시 우려가 부각됐다 잦아들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 여전하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해 외국인 가는 길에 돌부리가 될 수 있다.
조세회피지역과 유럽계 자금의 경우 이번달 중순 유로존 채권만기가 지나가면 재차 유입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은 순매도를 보였던 것은 조세회피지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 자금이다. 특히 조세회피지역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전체 외국인 순매도 금액의 53.7%에 해당하는 2조4727억원을 던지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들 자금은 유로존 리스크 확대시 자금이탈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달 중순 유로존 채권 만기가 원활히 소화될 경우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점으로는 미국계 투자자들의 매도 기조를 꼽았다. 외국인의 38.9%를 차지하는 미국계 투자자들은 중장기적 투자성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상승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들의 '변심'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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