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들께선 캐디들에게 궁금한 게 뭐가 그리 많을까요.
나이부터 고향, 지금 사는 곳, 심지어는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등등. 어느 골프장에선 아예 카트에 캐디들의 신상명세서를 붙여 놨다고 하더군요. 신상을 조사한 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은 "언니는 JS(진상)팀 안 만나 봤어?"입니다.
JS팀 다들 아시죠? 캐디생활이 벌써 몇 년인데 그런 팀 한번 안 만나 봤겠습니까. 근무 도중 화장실에서 질질 짜보기도 하고, 근무를 마치고 소주도 몇 잔 마시며 숯검댕이가 된 마음을 달랜 적도 많았었죠. 그런데 JS팀이 두렵지 않은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바로 흘러가는 시간만 느끼면 되죠.
아무리 힘든 시간도 18홀을 마치면 끝나버리는 5시간의 라운드입니다. 그 팀을, 혹 그 고객님을 직장 상사처럼 매일 봐야한다면 1분도 못 버티고 벌써 그만뒀겠지요. 14, 15, 16번홀…, 이렇게 멈추지 않고 18번홀이 되면 끝나버리는 라운드. 지금은 힘들지라도 멈추지 않는 시간 덕분에 지나고 나면 웃음 지으며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5시간 동안 정이 들어 헤어지기 싫었던 고객님들도 18홀을 마치면 헤어져야 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사람의 힘으로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1분, 1초입니다. 지나간 시간의 일들을 기뻐하기도 하고 후회도 많이 하는데 캐디를 하다 보면 후회가 더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한번 져드릴 걸", "내가 좀 더 잘해드릴 걸"하고요. 그런데 왜 그 순간은 정작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서야 깨닫는 바보일까요.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순간들 조금이라도 더 웃으며 살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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