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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볼일보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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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볼일보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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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없이 고객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세컨드 샷을 하시는 것까지는 봤는데 카트를 몰고 그린에 도착하니 고객님이 보이지 않네요. 코스 구석구석을 둘러보아도, 동반자분들께 여쭤 봐도 아무도 모르신다네요. "어,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음 홀에 계실 고객님을 기대하며 이동했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걱정이 밀려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거예요. 동반자분들도 술렁이고 "어디 간 거지? 어디 빠진 거 아냐?"라며 걱정하셨죠. 그렇지만 코스에는 해저드도, 구덩이도 없었습니다. 저는 일단 고객님을 찾아달라고 경기 진행실에 무전을 한 뒤 빨리 나타나시기만을 기다렸죠.


한 홀이 지나고 다음 홀 티잉그라운드에 도착하니 멀리 세컨드 샷 지점 벙커 옆쪽의 앞 팀 카트를 기웃거리는 고객님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고객님, 여기요~" 그러자 고객님은 저희 쪽을 바라보시며 같이 손을 흔드시는 거예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동반자분들도 티 샷을 대충 마치고 저와 함께 전속력으로 카트를 몰고 달려갔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었죠. "고객님 대체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머리를 긁적거리시면서 말씀하십니다. "화장실이 급해서 산에 올라가 볼 일을 봤는데 내려오니 처음 보는 코스였다"는 대답입니다. 조금 헤매다 무작정 기다렸다고 하시는 거예요. 알고보니 15번홀 코스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 17번홀 세컨드 샷 지점으로 나오신 거죠.


온 몸에 나뭇잎과 거미줄을 휘감은 고객님의 어깨를 털어드리며 "저한테 귀띔이라도 해주시죠"라고 말씀드리니 멋쩍게 웃으시며 "애도 아니고 뭐 화장실 가는 것까지 일일이 보고해"라며 농담하시는 고객님. 산속에서 큰 뱀이라도 만났으면 어쨌을까? 아찔한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캐디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있어야 할까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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