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하반기 불확실성 대비 상여금 지급 줄여
철강·정유 등 생산라인 휴무 없이 풀가동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달이 찼지만 주머니는 여전히 홀쭉하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도 샐러리맨들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치 못할 전망이다.
올 들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기업들이 하반기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들며 '보따리 풀기'를 주저한 까닭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일부 대기업이 전년과 비슷한 규모의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인 가운데, SK그룹, 한화그룹, 포스코 등 다수 기업들은 추석 상여금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정기상여금과 함께 그룹 차원에서 임직원 모두에게 20만원 상당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나눠준다. LG전자는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인 기본급의 100%를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통상급의 50%와 휴가비 80만원, 사이버머니 15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여기에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현대차는 유류비 5만원과 재래상품권 10만원, 기아차는 유류상품권 10만원을 추가했다.
SK그룹, 한화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두산그룹도 마찬가지다. 효성그룹도 별도의 상여금을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코오롱은 상여금 대신 계열사별 명절선물을 나눠주기로 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상여금 대신 1인당 50만원의 귀성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생산직에 한해서만 기본급의 100%를 예정하고 있다.
올 들어 해양플랜트, 상선 등 수주낭보를 연이어 전하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기본급 100%, 50%를 각각 지급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년과 동일한 규모로 그 외 추가 특별수당은 없다"며 "명절선물로는 10만원 내에서 거제사랑상품권, 냄비세트 등 원하는 선물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샐러리맨들의 주머니 사정은 예년과 다름없지만 산업현장의 시계는 더욱 바삐 돌아가고 있다. 철강, 정유, 반도체 등 대규모 장치산업은 한 시도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는 업황 특성 탓에 이번 추석연휴도 휴무 없이 풀 가동체제를 이어간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 반도체ㆍLCD업계는 지난 여름에 이어 이번 추석연휴에도 교대근무를 통해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한다. 다만 본사 사무직과 가전제품 생산라인은 3~4일의 휴무가 예정돼있다.
잠시도 용광로를 세울 수 없는 포스코, 현대제철과 단 몇초라도 설비를 멈추면 며칠치의 원재료를 버려야 하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정유업계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는 공식 연휴에 하루를 더 추가해 내달 14일까지 쉰다. 그러나 휴가기간을 이용해 장비점검 등이 계획돼있어 일부 직원은 출근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인도가 예정된 선박의 경우, 마무리작업이 남아 있어 담당자들이 연휴 중에도 출근할 예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달 10일부터 16일까지 공식휴무로 지정됐지만 특근 등을 통해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성수기를 맞아 비상근무 총력전에 나선 항공, 택배업계 역시 '한가한 한가위'는 먼 얘기다. 객실승무원과 공항 근무직원, 정비 담당 등 항공업계 현장 근무 직원들은 여행 성수기를 맞아 연휴 없이 총력태세에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 해외여행수요에 뒤늦게 여름휴가를 떠나는 '늦캉스'족까지 맞물려 더욱 바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쏟아지는 명절선물 배송에 여념이 없는 택배업계는 이미 이달 초부터 비상운영기간에 돌입했다. 추석연휴 당일에는 휴식이 예정돼있지만, 연휴 마지막 날부터는 다시 선물배송 등을 위해 근무태세를 갖춰야 한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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