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주파수 경매에서 1.8기가헤르츠(㎓) 주파수의 최종 승자가 SK텔레콤으로 가려졌다. 하지만 적정가라고 예상됐던 8000억원을 넘어 9950억원에 낙찰되면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총 82라운드에 걸쳐 팽팽한 경매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82라운드에서 SKT가 입찰가 9950억원을 써 내자 KT는 입찰유예를 신청한 뒤 29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KT는 800㎒ 주파수를 최저경쟁가격인 2610억원에 확보했다.
주파수 가격이 적정가격을 넘어서 낙찰되자 방송통신위도 다급해졌다. 해외 사례를 비교해 볼때 결코 '승자의 저주'는 아닐 것이라는 자료까지 배포하고 나선 것이다.
방통위가 제시한 근거 자료를 살펴보면 영국은 최대 10조원대, 독일은 8조원, 이탈리아는 2조원대에 주파수가 낙찰됐다. 경매 이후 신규 사업자를 제외하면 사업을 포기한 사업자가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요금인하 여부에도 별반 영향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감안할때 1조원이라는 경매 가격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최대 10조원에 주파수가 낙찰된 사례도 있지만 사업을 포기하거나 요금인하를 하지 않은 사업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경매와 이들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비교 사례로 제시된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2000년 3세대(3G) 통신서비스를 시작하며 전 세계 공통주파수인 2.1㎓ 주파수를 놓고 경매를 벌였다.
사용 기간도 우리나라에서 경매중인 10년의 두배인 20년에 달한다. 당시 경매로 나온 주파수 대역도 다양하다. 한가지 대역을 놓고 경쟁을 한 것이 아니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초기부터 과열 양상을 띨 것으로 예측됐다. 2.1㎓, 1.8㎓, 800㎒ 등 3개 대역의 주파수를 경매했지만 2.1㎓는 KT와 SKT의 참여가 제한됐고 800㎒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1.8㎓ 주파수를 놓고 KT와 SKT가 샅바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업계는 경매 시작전 방통위측에 지상파방송사가 아날로그TV 방송에 사용하던 700㎒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사용한다는 약속을 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다.
하지만 방통위는 끝내 700㎒ 주파수에 대한 활용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해 KT, SKT가 끝없는 경매전을 벌여온데는 이런 이유도 한몫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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