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데도 인도 출신 경영인들은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 중이다. 펩시콜라, 유니레버, 시티그룹, 마스터카드, 아르셀로미탈, 모토롤라, 구글 등, 모두 인도인 CEO들이 무대로 삼는 세계적 기업들이다.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서로 다른 80곳의 기관에서 80가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할만큼 절차가 까다롭고 경영환경이 나쁜 인도에서 유독 뛰어난 CEO가 나오는 까닭이 있을까?
기획재정부는 21일 인도 CEO들의 '주가드(jugaad) 경영'에서 해법을 찾으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재정부는 자료에서,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창의력을 신속하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주가드'가 열악한 기업환경과 미흡한 인프라,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인도인 CEO들에게 특별한 생존방식을 알려줬다고 했다.
제한적인 자원을 가지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고 경영상 문제를 즉흥적으로 해결하는 주가드 경영의 대표적 인물은 빈디 반가 전 유니레버 사장과 그의 동생 아자이 반가 마스터카드 사장이다. 이들 형제는 서양 MBA가 아닌 국내파로, 군인 아버지의 잦은 이사로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빈디 반가는 1987년 힌두스탄 유니레버를 이끌던 시절 농어촌 여성을 유니레버 제품 판매 대리점 직원 형식으로 고용하고, 이들에게 자사 제품을 살 수 있게 대출을 해줬다. 그리고 그 구매제품을 자신들이 속한 지역사회에 되팔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유니레버 덕분에 일자리를 얻었고, 회사는 신규 판로를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자이 반가는 네슬레를 경영하던 시절 "네슬레의 상품이나 가치를 걸고 타협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기온이 38°C를 웃돌고 냉장설비, 전력공급이 없는 마을에서 킷캣(Kit Kats)초콜릿 판매를 위해 냉장공급망을 자체제작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는 특수 제작한 냉장카트로 초콜릿이 녹지않게 마을로 운반하고, 매장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시킬 냉방시설 가동을 위해 전력발전기를 자체 가동토록했다.
1대당 10만루피(약260만원)의 자동차 '나노'를 개발한 타타 그룹 역시 주가드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라탄 타타 회장은 인도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감안하면 적정한 차량 가격은 10만루피(약2400달러) 선이라 판단하고는 부품을 과감하게 없애거나 생산공정을 모듈화했다. 차를 조립할 때는 비싼 용접 대신 저렴한 화학 본드로 할 정도 였다. '현실성 떨어지는 지나친 즉흥 경영'이란 비난도 있었지만 나노는 출시 전부터 100만대가 예약 판매되는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는 미국 최고의 혁신상인 '에디슨 어워드' 금상을 수상했다.
재정부는 "열악한 환경 및 인프라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기지를 발휘하는 인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은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경영마인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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