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대형 커피전문점들의 생색용 리필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커피 한 잔에 점심 한 끼 값을 지불하지만 리필을 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9개 대형 커피전문점 업체를 조사한 결과 리필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리필 조건을 다소 까다롭게 적용해 쉽게 이용하기 어렵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빈은 아침 세트메뉴를 판매하는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만 커피를 리필해주고 커핀그루나루는 구입한 지 2시간 이내의 아메리카노 영수증을 가진 고객에게만 500원에 리필 서비스를 제공한다. 탐앤탐스와 할리스커피, 파스쿠찌는 사이즈에 따라 500~1500원을 내면 리필해주지만 '아메리카노 주문에 한해' '1회 한정' '테이크아웃 제외' 등의 조건을 달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고객 요청이 있을 경우 제공하기는 하지만 일부러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고 있다. 그나마 이들 업체는 시행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
국내 1위 매장 수를 갖고 있는 카페베네와 매출 1위인 스타벅스에는 아예 리필 서비스 제도가 없다. 롯데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마찬가지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대부분 가맹점이기 때문에 리필 서비스에 대해서 점주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며 “일부 매장에서 리필 서비스를 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매뉴얼화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역시 “본사 방침상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엔제리너스 측은 “애초부터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굳이 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이처럼 커피전문점들이 리필 서비스를 꺼리는 이유에는 원가 부담 측면이 주효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3600~4000원가량에 판매하고 있어 동일 제품을 500원이나 1000원에 서비스해 줄 경우 수입은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좌석 회전율 또한 떨어져 객당 매출이 감소할 수 있는 점도 리필 제도를 꺼리는 이유다.
반면 리필 제도를 운영하는 일부 커피 매장들은 매출 차원이 아니라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스쿠찌 관계자는 “리필 제도에 대해 자세히 적어 고객들이 보기 편하도록 테이크아웃을 하는 티 테이블에 팝(POP)부착 형태로 비치했다”며 “인건비·매장 임대료 등을 고려했을 때 당연히 부담은 되지만 이 때문에 고객들이 일부러 파스쿠찌를 찾을 정도로 만족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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