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오마하의 현자’,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는 워런 버핏(81)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신 같은 ‘슈퍼부자’들에 대한 증세로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버핏은 14일(현지시각)자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슈퍼부자 감싸기 중단하라’는 제하의 글에서 “빈민층·중산층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위해 싸우고 대다수 미국인이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동안 우리 같은 슈퍼부자들은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계속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경우를 들어 “지난해 소득의 17.4%를 연방 세금으로 낸 한편 부하 직원 20명은 세율이 33~41%로 모두 나보다 높았다”고 비판했다.
돈으로 돈 버는 사람들에 대한 세율이 노동으로 돈 벌어 먹고 사는 이들에 대한 세율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한 것이다.
미 국세청(IRS)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소득 상위 400명의 연방 세율은 1992년 29.2%였다. 이는 2008년 21.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이들의 과세 대상 소득은 169억 달러에서 909억 달러로 치솟았다.
1980~1990년대 부유층에 대한 세율은 현재보다 훨씬 높았다는 게 버핏의 지적이다. 그는 높은 세율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세율이 높았던 1980~2000년의 경우 약 4000만 개의 일자리가 순수 증가한 반면 세율이 낮아진 2000년 후 일자리 창출은 훨씬 줄었다”고 반박했다.
버핏은 자신이 “지난 60년 동안 투자사업을 해왔지만 자본소득세가 39.9%에 달한 1976~1977년에도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포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자신이 알고 있는 슈퍼부자 상당수가 “품위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미국을 사랑하고 지금까지 미국이 준 기회에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대다수는 많은 미국인이 고통 받고 있는 지금 세금 더 내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리라는 말이다.
특히 연방정부 지출 감축 방안에 대해서는 자신이라면 “납세자 대다수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그대로 두되 연간 소득 100만 달러(약 10억 원) 이상의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즉각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글 머리에서 “미국의 지도자들이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나 같은 슈퍼부자들은 분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한 버핏은 글 말미에서 “나와 내 친구들은 억만장자에게 호의적인 의회로부터 오랫동안 충분한 혜택을 받아왔으니 이제 정부가 고통 분담과 관련해 진지해져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한편 버핏은 20년 동안 게이츠 재단에 30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2006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이후 지금까지 83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 가운데 19억 달러는 지난해 내놓은 것이다.
요즘 버핏은 다른 거부들에게도 기부를 열심히 권하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지난해 이른바 ‘기부서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레이 달리오 등 69명이 이에 서약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