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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환원 한달..주유소는 전쟁중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정유사 기름값 환원 한달
성남시 주유소 찾아가보니


기름값 환원 한달..주유소는 전쟁중 ▲지난 5일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이 성남농협유통센터주유소 주변을 빙둘러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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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정유사들이 기름값 환원을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다. 이들이 '단계적 인상'을 발표했음에도 기름값은 가파르게 올라 서울시내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환원을 앞두고 비축유 방출을 추진했던 정부는 새로운 대책으로 '대안주유소'를 꺼내들었다. 주유소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고유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 5일 전쟁터 같은 성남시내 주유소를 찾았다.


휘발유 1889원 경유 1719원. 성남시 최저가격이 내걸린 농협유통센터주유소에는 차량들의 행렬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경차에서부터 고급 외제차량까지 심지어 25인승 버스도 나란히 줄을 섰다. 20분 넘게 기다려야 겨우 기름을 넣을 수 있었지만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성남에 위치한 직장에 다니는 한모(34)씨는 "안양에서 성남까지 출퇴근을 하는데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차를 끌고 다니기 너무 힘들다"며 "순서를 기다려야 하지만 인근 주유소 가운데 가격이 저렴해서 매번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이 주유소를 찾는 차량만 2300여대에 달한다. 하루 영업 12시간 동안 대략 1분에 3대씩 주유를 해야한다. 때문에 이 주유소는 셀프주유소지만 주유를 돕는 종업원들만 모두 8명이다. 최근 기름값이 오르면서 가격을 100원 가까이 올렸지만 올초 1900여대에 달하던 이용차량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채종렬 주유소장은 "매일 시내 최저가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저장능력이 총 48만ℓ지만 3일이면 모두 동이날 정도"라고 말했다.


농협에 따르면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3개 주유소 가운데 이 주유소가 가장 매출액이 가장 높은 일평균 1억2000만원에 달한다. 농협 관계자는 "유통센터를 찾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값싸게 기름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국에 지속적으로 주유소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름값이 오르며 소비자들은 더욱 가격에 민감해졌다. 가격이 높은 주유소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춰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영업환경 악화로 문을 닫는 주유소도 속출하고 있다.


기름값 환원 한달..주유소는 전쟁중 ▲주변 주유소와 가격 차이로 인해 SK 신화주유소는 6개월 넘도록 영업 중단 상태다.


농협주유소에서 300m 떨어진 SK수펙스 주유소는 퇴근시간인 오후 6시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주유소는 휘발유를 2018원, 경유를 185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주유소 관계자는 "농협주유소가 생기고난 이후부터 매출이 절반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농협주유소에서 남쪽으로 600m 떨어진 GS죽전 주유소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셀프주유소임에도 휘발유가격이 1954원, 경유 1774원으로 농협주유소와 70원 가량 차이가 났다.


죽전 주유소와 바로 옆에 위치한 SK신화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한지 6개월이 넘었다. 인근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가격에서 차이가 나는데 도저히 장사가 되겠느냐"는 말이 되돌아왔다.


소비자들은 기름값 폭등으로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을 내보였다.


주유소에서 만난 김세훈(26)씨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름값 안정을 위해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에서 안산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생계유지를 위해 꼭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만이라도 기름값을 낮춰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는 "범죄가 무서워서 아이들 꼭 학교에 데려다 줘야하는 엄마들은 기름값이 올라 더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기름값이 2000원이 넘었는데 왜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성남 =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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