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중인 상황..노조위원장 고소 미스터리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조목인 기자] 파업 25일째인 SC제일은행 파업 사태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과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20일 오후 6시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서 2시간 30분 가량 단독면담을 갖고 양측의 이견을 좁혀 이번 주 중 파업 사태를 종결짓는 쪽으로 결론을 낸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 실무진으로 구성된 교섭단은 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의 단독면담이 끝난 직후부터 밤샘 협상을 벌이고 21일 오전까지도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20일 SC제일은행이 김재율 노조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의 분위기가 한때 냉각되기도 했지만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사측은 노조위원장 고소를, 노측은 스탠다드차타드 본사가 있는 영국 현지 원정 시위를 각각 압박용 카드로 사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파업 더 길어지면 노사 모두 패자"..절박감 고조=SC제일은행 노사 모두 장기 파업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높아지면서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어떤식으로건 결론을 내자는 데 양측이 합의했고 그러면서 실무자들이 호텔에서 시작된 교섭을 본점으로 장소를 옮겨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단 협상에 참석 중인 노조 관계자 역시 "개별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에는 차이가 없지만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면 바로 파업을 푼다는 데 합의하고 사안별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양측이 안건을 내도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진통끝에 사안별로 입장차를 좁히기로 했다"며 "현재 실무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안건별로 협상을 진행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집과 직장을 떠나 25일째 강원도 속초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도 상당수 지쳐있는 상태고, 사상 유례없는 은행 최장기 파업이라는 오명을 쓴 사측도 금융당국의 압박, 무디스 신용등급 전망 하락 등으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조 위원장 고소 미스터리..극한 대립으로 치닫진 않아=경찰이 20일 SC제일은행의 고소 사실과 조사 예고를 김재율 노조위원장에게 통보하면서 노측의 긴장이 고조돼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사측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종로경찰서는 20일 사측과 노조위원장에 관련 조사일정을 통보했다.
당초 고소 시점에 대해 사측은 2주 전인 지난 6일로, 경찰은 지난 18일로 얘기하면서 고소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고소 시점을 지난 12일로 정정했다. 지난 12일은 힐 행장이 강원도 속초 파업현장을 찾고(7일) 실무단 협상(8~10일)이 결렬된 직후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최근 배포한 국민호소문과 성명서에 나온 SC제일은행 대주주의 투기적 경영형태, 회계상의 문제, 노사대립 초래 등과 같은 내용이 사실과 달라 은행의 명예가 실추됐다. 여러차례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측의 고소에 노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피고소인인 김 위원장은 "경찰서에서 구체적인 출두일자 등은 고소인인 행장이 먼저 조사받고 나서 알려준다고 했다"며 "지난 18일 행장과 면담시 고소와 관련된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 관계자는 "현재 노사가 교섭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위원장을 고소했다는 건 사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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