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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銀 '저축銀 트라우마' 기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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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이탈 한때 1조원 이르렀으나 6000억원대로 안정세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SC제일은행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예금이탈 규모가 한때 1조원에 달해 은행가에서는 자칫 수신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올 초 저축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와 연관지어 SC제일은행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으로 SC제일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실제 SC제일은행은 최근 예금인출이 수그러들면서 파업 이후 예금이탈 규모가 6000억원대까지 줄었다.


◇파업 이후 약 6500억원 예금인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달 27일 파업 이후 자금이탈 규모가 한때 1조원대에 달했으나 최근 다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이탈 규모는 18일까지 약 6500억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예금인출이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6500억원은 무시하기 힘든 금액이다. SC제일은행의 올 1분기말 기준 총 예금(42조5656억원)의 1.5% 정도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SC제일은행 392개 영업점 중 43개를 일시적으로 폐쇄한 뒤부터 예금인출 규모가 커져 많게는 하루에 2000억~3000억원씩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5일부터는 안정세로 접어들어 조금씩이나마 예금이 늘고 있다. 18일 하루 동안에만 예금이 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금융당국도 SC제일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유동성자산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올 1분기말 현재 1조380억원의 현금과 6조7587억원의 단기매매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짧게는 하루 단위로 거래되는 단기매매금융자산에는 채권이나 파생상품(스왑거래) 등이 포함된다. SC제일은행의 경우 단기매매금융자산 중 통화·이자율스왑 등 파생상품을 제외한 1조4742억원이 국공채 및 금융채다.

아울러 주식·채권 중 매매가 용이한 매도가능금융자산이 11조8408억원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은 금융채로 8조8099억원을 갖고 있다. SC제일은행이 다른 금융업체에 맡긴 예치금도 3조4386억원에 달한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 6조원에 달해 파업이 장기화된다해도 유동성이 바닥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및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예금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유동성자산을 현금화하는 동안 예금지급이 지체될 가능성은 있다.


이 같은 고객피해를 감안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임원회의에서 SC제일은행의 파업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날 SC제일은행에 유동성 관리와 내부 통제를 강화하라는 지도공문을 보냈다.


SC제일은행의 원화유동성비율은 지난 3월말 현재 106.73%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다소 낮은 편이긴 하지만 감독기준인 100%를 넘어서고 있다. 유동성비율은 잔존 만기 1개월 이내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유동성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1개월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보다 그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유동성 지원= 설사 SC제일은행의 파업이 장기화돼 예금이탈이 가속화된다고 해도 금융당국이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 때문에 저축은행처럼 영업정지 사태까지 내몰릴 확률은 거의 없다. 과거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는 2005년 국민은행과 조흥은행 지점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위조가 발생했던 사례가 유일하다. 이때도 해당 지점의 신규 거래에 대해서만 3개월 영업정지가 내려졌다.


시중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한다. 매입 대상은 은행이 보유한 국공채 및 통안채(통화안정증권). 한은은 2000년 12월 국민·주택은행 합병에 반대한 양 은행 노조의 파업 당시 하루짜리 RP 1조5000억원, 2003년 6월 조흥·신한은행 합병으로 인한 파업 때는 이틀짜리 RP 2조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이와 함께 자금 사정이 넉넉한 대형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에 콜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주 43개 영업점이 폐쇄되면서 저축은행 사태 때 놀랐던 고객들이 예금을 빼가는 현상이 있었다"면서 "SC제일은행의 단기금융자산이 충분한 데다 SC(스탠다드차타드)라는 모 그룹이 있으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자금결제 기능이 있는 시중은행이 유동성 위기로 영업정지를 받는다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며 "시중은행의 유동성이 바닥나는 상황을 정부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yush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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