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솓구치고 있다. 정유사 가격할인이 종료되면서 충분히 예상됐던 현상이다. 그러나 대책도 없을 뿐더러 '남 탓'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은 3개월 공급가격 할인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유소들은 갑작스런 가격 변동으로 경영곤란을, 정부는 유류세 인하의 효과없음을 내세우고 있다.
각자 입장만 대변하는 가운데 이미 일부 서울시내 주유소는 ℓ당 2300원에 판매, 사상 최대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 기름값 상승의 원인에 대해서도 제각각 다른 분석을 하고 있다.
17일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급가격 원상복귀 이후 타 정유사와 가격 차이를 50원 이하로 대폭 줄였다"며 "그러나 주유소별로 400원 이상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은 현시점에서 주유소가 기름값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유사의 공급가격 환원을 틈타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가격이 높은 주유소는 기업고객 위주거나 그만큼 고객에게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반인들은 그런 주유소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시민모임도 지난 15일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주유소를 지적했다.
소시모측은 "주유소들이 정유사 4사의 할인과 국제유가의 하락을 틈타 주유소의 마진을 계속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의 휘발유가격이 급격히 인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시모에 따르면 작년 ℓ당 평균 97.21원이던 주유소 마진은 올 1분기 평균 99.88원이었다. 그러나 2분기부터 상승세로 전환, 6월 셋째주엔 130원, 7월 첫주엔 평균 142. 83원까지 마진이 늘어났다.
소시모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과다해진 마진폭을 즉각 인하할 것을 요청한다"며 "마진이 큰 SK주유소의 경우 마진폭을 줄이지 않고 계속 비싸게 판매 할 경우 SK주유소 안가기 운동 등 불매운동도 불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주유소 업주들은 이 같은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맞춰 최소한의 마진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가격 할인 이후 정유사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가격이 비쌀 수록 손님이 줄어드는데 가격 올리는 것을 누가 반가워하겠냐"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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