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환율과 국제유가 어느 쪽을 봐도 지금은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까지 갈만한 상황이 아니다. 정유사들의 횡포다. 전형적인 과점시장의 문제점이다"
14일 만난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요사이 정유사들의 행태가 탐탁지 않다고 했다. 그는 "환율과 국제유가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진 걸 고려하면, 요사이 기름값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정유사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정상화하라는 사실상의 경고인 셈이다.
정유사들이 기름값 ℓ당 100원 할인을 끝낸지 1주일째. 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www.opinet.co.kr) 통계를 보면, 14일 현재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33.12원이다.
하지만 서울 지역 평균가는 이미 12일(2013.89원)을 기점으로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고유가·고환율로 나라 경제가 들썩였던 2008년 7월 13일(2027.8원)의 사상 최고가를 넘보는 수준이다.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세를 고려하면, 100원 인하가 끝나도 기름값이 ℓ당 2000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던 박재완 재정부 장관의 말은 허언(虛言)이 됐다.
객관적인 시장 상황은 어떨까. 재정부의 지적처럼 기름값 100원 할인이 시작된 4월 7일과 비교해 원달러 환율은 석달 새 2.76% 이상 떨어졌다.(14일 종가 기준·1058.40원) 원유 도입 단가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두바이유 현물 기준 국제 원유가 역시 지난 3월 24일 배럴당 109.42달러에서 6월 23일 106.14달러로 2.99% 하락했다. 원유는 수입 후 통상 2주 정도 뒤에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종전 판매분을 기준으로 공급가를 추정한다.
장마철 푸성귀 가격 급등세에 예년보다 이른 추석이 겹쳐 물가 부담이 큰 정부는 "정유사들의 가격 인상폭을 지켜보면서 문제가 드러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기름값 환원 과정에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지속적인 점검을 하겠다"고 언급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발언과 맥락이 닿는다.
정부는 아울러 지나친 관치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소비자단체들의 자율 감시 활동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15일 '기름값 100원 할인 이후 문제점'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유사들의 가격 설정 과정이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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