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미국 고용지표에 이어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우려에 발목을 잡혔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47포인트 급락했다. 전날까지 코스피는 이틀간 70포인트 이상 미끄러졌다.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전날 1% 이상 하락에도 장 후반 '사자' 강도를 확대하며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던 외국인도 이날은 39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몸을 사렸기 때문. 게다가 이날 악재가 된 유럽 재정위기 우려는 5~6월 조정기에 지수의 꼬리에 매달려 하락 압력을 가해온 반갑지 않은 변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리스 학습효과'를 거친 투자자들이 규모 면에서 월등한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를 과도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사태의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등 다른 'PIGS' 국가들의 GDP를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재정적자 비율 예상치는 GDP 대비 4.1%로 PIGS 평균 6.7%에 비해 낮다.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3.2%로 유럽연합(EU) 공동정부가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3%에 근접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국채가 발행시장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EU 지도부들이 전날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사태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는 평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우려 보다는 올해 2분기 실적시즌 결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주요 기업의 실적 결과는 전체 증시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미 이익 전망 하향조정을 통해 눈높이를 낮춰왔기 때문에 '쇼크'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시장은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모멘텀 강화 가능성에 보다 주목할 것이라는 평가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일 기준 코스피 167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며 "2009년 3분기 이후 7분기 평균 37% 증가와는 큰 차이가 있으나, 시장 참여자들은 이보다 3분기와 4분기 각각 30%, 63% 증가세에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번 어닝시즌은 코스피의 중장기 상승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실적 하향 선반영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사례가 될 수 있는 IT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실적 하향 우려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었다"며 "발표 전 실적전망이 내려가며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잠정 실적발표 결과는 추정치를 2000억원 가량 넘어섰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도 금융·소재·비경기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거꾸로 '낮아진 눈높이' 덕에 어닝 쇼크 우려는 덜해졌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상승에 초점을 두고 단기 조정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애널리스트는 업종은 업황 호조세가 예상되는 자동차, 화학, 정유에 관심을 두고, 이 가운데 중국·일본의 전력부족 등을 감안해 정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라고 조언했다. 2분기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종목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홍 팀장은 향후 실적 개선이 가능한 업종에 대한 관심을 점차 높여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3분기에 2분기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증가율 개선율을 웃도는 건설, 운수창고, 화학, 전기전자, 철강금속, 보험, 종이목재업 등을 눈여겨 볼 만하다는 평가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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