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LG전자) 싸움에 동생(LG디스플레이) 등 터진다?"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필름패턴 편광안경식(FPR) 3차원(3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그룹 전자계열사의 '맏형' LG전자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LG전자가 최근 잇따라 셔터안경식(SG) 3D TV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소니를 공격하고 나섰기 때문. LG전자는 SG 진영인 삼성전자와 소니에 대해 최근 미국판 광고에서 "2D 제품이나 만들라"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G전자는 3D를 구현하는 방식인 편광식과 셔터식 제품을 모두 생산해 왔다. 하지만 올 초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그룹 오너 일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FPR 3D TV를 100% 생산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부터, 올 봄부터는 SG 3D TV는 재고처리만 하고 전량을 FPR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에 반해 LG디스플레이는 FPR 3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후 LG전자는 물론, 중국의 스카이워스와 하이센스 등 5대 로컬업체, 미국 비지오, 네덜란드 필립스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3위인 소니에도 FPR 제품을 팔지 않을 경우 FPR 점유율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SG 3D TV 진영인 삼성전자와 소니에 구애를 펼치고 있었던 것.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우리의 (FPR 3D 패널)잠재적 고객"이라고 말했으며, 소니에 대해서는 "소니가 삼성전자에서만 (LCD)물량을 공급받던 것에서 탈피해 우리와 (대만의)CMI에도 문호를 개방한 것은 이미 오래다"면서 "FPR(3D 패널)을 소니가 배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소니와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에도 소니에 FPR 3D 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소니 때리기가 마냥 반갑지 만은 않았던 것.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니의 FPR 3D TV 검토는 사업적 판단에 따른 것일뿐 LG전자의 소니 공격이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소니가 지금 전량 SG제품을 만들고 있어 단기간에 FPR로 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FPR 3D TV와 SG 3D TV가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게 되면 서로 상대방 진영의 단점을 홍보할 수밖에 없다. FPR 3D TV는 가볍고 편안한 안경에 깜빡거림 없는 화면을 자랑하는 반면, SG 3D TV는 초고화질(풀HD)의 영상미에 뛰어난 3D 깊이감을 장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진영의 장점은 곧 서로의 단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양측 진영에서는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소니 공격은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을 가로 막는게 될 수 있다"면서 "해외시장에서는 삼성과 LG 모두 자랑스런 한국 브랜드인데 헐뜯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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