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햇볕정책, 北지도자 이성·합리적이라고 가정"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3일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도발을 일삼는 상황에서 안보와 국방에 대해 우리 정당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LA에서 열리는 '미주한인 정치컨퍼런스' 참석차 이날 출국한 정 전 대표는 사전배포한 자료에서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전 대표는 "햇볕정책의 논리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코트를 벗기기 위해 바람과 해가 내기하는 이솝 우화 이야기의 논리를 그대로 따온다"며 "햇볕정책은 북한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보다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북한의 지도자가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북관계에 대한 보다 적절한 비유는 또 다른 이솝 우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갈과 개구리의 우화를 언급하며 "천안함 침몰 참사는 북한 정권의 폭력적이고 호전적인 면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시내를 건너가려고 애쓰던 전갈이 개구리에게 자신을 업어서 시내를 건너가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시내를 건너면 전갈이 자신을 찔러 죽일 것이라며 거절했다. 전갈은 '내가 왜 그렇게 하겠어?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데'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개구리는 전갈을 업고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내 중간에 이르자 전갈은 개구리를 찔러 죽이고 만다. 둘 다 물에 빠져 죽어갈 때 개구리가 소리쳤다. '너 왜 그랬어? 우리 둘 다 죽게 만들었잖아!' 전갈이 대답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내 본능이야.'"

정 전 대표는 "유라시아 대륙의 엄청난 지정학(geopolitics)을 고려해보면, 대한민국처럼 대륙의 끝에 위치한 작은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기적 중에 기적"이라며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의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소위 무상시리즈 정책을 인기 영합주의, 포퓰리즘이라 공격했다"면서도 "세종시 논쟁에서 보셨듯, 우리 한나라당도 이런 포퓰리즘 유혹에서 벗어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제도와 규칙, 정당을 통해서 완성된다"며 "우리나라 정당들은 보스정치와 계파정치의 와중에 상대편은 나쁜 사람이고 나는 착한 사람이라는 위선적인 흑백논리에 갇혀있다. 잘못된 정치 문화를 새롭게 바꿔야 미래가 있다"고 정치혁신을 강조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