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공수민 기자]위안화 국제화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 허브' 홍콩에서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고 위안화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홍콩 은행권에 예치된 위안화 예금 규모가 4월 말 기준 5107억위안(약 790억달러) 규모라고 전했다. 전월 대비 위안화 예금 증가율은 13.1%을 기록, 3월 말 기록인 10.7% 보다 더 높았다. 3월 말 위안화 예금 규모는 4510억위안(약 690억달러)이었는데 지금 이 속도대로라면 그 규모는 연말까지 1조위안도 돌파할 수 있다.
홍콩 사람들은 재테크를 할 때 여유 자금의 일부를 위안화로 바꿔놓는다. 홍콩 은행 계좌에 홍콩달러로 돈을 예금해 봤자 받을 수 있는 이자가 거의 없는 만큼 차라리 가치 상승 추세를 타고 있는 위안화에 투자해 환차익이라도 얻겠다는 생각에서다. 홍콩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달러와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도 가치가 낮다.
홍콩에 거주하는 35세 데이비드 라우씨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여유자금의 10~15%를 위안화로 저축하고 있다. 그는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4년 해외에서 처음으로 홍콩에 위안화 예금과 환전 서비스를 허용했다. 현재 홍콩 거주자들은 하루에 2만위안까지 위안화 환전을 할 수 있다.
홍콩 상점들은 중국인 여행객들이 홍콩에서 명품 가방이나 귀금속 액세서리를 구입할 때 홍콩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할 것을 권유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본드' 발행을 통해 위안화를 직접 조달한다.
홍콩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사용이 급격이 늘어나면서 홍콩이 머지않아 달러 페그제 대신 위안화에 홍콩달러를 연동시키는 환율 제도를 채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홍콩 은행에 쌓여있는 위안화 예금 규모가 너무 빠르게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 정부가 조만간 위안화 예금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홍콩 소재 CCB국제증권의 폴 슐트 글로벌 전략부문 대표는 "위안화 예금 증가 속도가 계속 빨라지면 상대적으로 홍콩달러 유출이 심각해져 은행권이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홍콩 정부가 개인의 위안화 환전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 금융관리국의 노르만 찬 총재도 "장기적인 금융시장 성장을 위해 위안화 역외 거래 활성화를 기대한다"면서도 “위안화 거래가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국제 통화로서 자리를 잡기 전에 급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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