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위안화 가치 상승세가 심상찮다.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전날까지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갔다. 중국 인민은행은 2일 달러 대비 위안 환율을 6.488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물가상승률이 5월에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수입물가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위안화 절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지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서 제품 만들어 수출하는 美 기업은 타격 불가피=중국에 생산 공장을 짓고 수출용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는 기업, 중국 기업과 계약을 맺어 중국산 제품을 공급 받는 미국 기업은 위안화 절상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할 경우 위안화 절상 때문에 수출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아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다. 또 생산 공장에서 중국 현지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가뜩이나 중국 근로자 임금이 상승 추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으로 비용 지출 부담이 커진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으로부터 제품 공급을 받는 미국 업체의 경우 더 비싼 값에 제품을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마진 축소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산업용 공구를 유통하는 미국 패스널은 판매하는 너트와 볼트의 25%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입량의 40~45%는 중국에서 들여온다. 패스널의 단 플로네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위안화 절상이 계속되면 제품 가격 상승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많은 기업 경영진들이 지난해 6월 중국이 달러화 페그제(고정환율제도)를 버리고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위안화 절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존 몰딘 밀레니엄 웨이브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위안화 절상은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중국 밖 다른 지역으로 생산 공장을 옮기거나, 다른 국가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도록 변화를 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 공략 목표로 중국 진출한 美 기업은 수혜=위안화 절상으로 모든 미국 기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수출이 아닌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해 위안화를 버는 미국 기업은 위안화 절상이 오히려 호재다. 또 중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미국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알렉산더 영 주식 담당 애널리스트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위안화로 매출을 거두기를 원하고 있다"며 "달러화 보다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위안화를 가지고 있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는 위안화의 꾸준한 절상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 기업이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장비 매출이 늘고 있는데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매출분에 대한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록터&갬블(P&G), 킴벌리, 콜게이트 등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가정용품 업체들도 환차익에 따른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 국제 무역 결제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졌다. 하지만 2009년부터 중국 정부가 결제시장에서의 위안화 사용에 힘을 넣어주면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위안화로 벌어들인 돈을 달러화로 바꾸지 않고 위안화로 축적했다가 현지에서 비용 지출이 필요할 때 이를 다시 활용하거나 환차익을 거두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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