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중앙정부의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 정책으로 토지 가격이 급락하자 지방정부가 울상이다. 토지 거래를 통해 곳간을 부풀려 왔던 지방 정부들이 토지 가격 급락으로 기존처럼 많은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중국 토지 가격 급락이 지방 정부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중국 전역의 토지 평균 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32%, 연초 대비 51% 급락했다.
지방 정부가 주관하는 토지 경매에서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에 따라 전국 부동산 구매 열기가 식은 데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마른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토지 거래에 소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1998년 주택시장 개혁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사람들은 특별히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일터에서 주택을 공급 받아 거주하면 됐지만, 주택 시장이 민영화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토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방 정부는 최근 10년 동안 토지 거래에 의지해 재정 곳간을 부풀려 올 수 있었다.
정보서비스 전문업체 CEIC는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가 토지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재정 수입이 2009년의 두 배인 3조위안(약 464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전체 재정 수입의 70%는 토지 거래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 지방정부는 토지 가격 급락으로 재정 수입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HSBC은행은 올해 중국 지방정부의 토지거래 수입이 2조위안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도 지방정부들의 심각한 재정난을 점치며 올해 베이징 등 대도시 지방정부들의 토지 판매에 의한 재정 수입이 지난해보다 30~5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헬렌 차오 이코노미스트는 "지방 정부에서는 중앙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토지 거래가 중단되면 지방정부의 재정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강하게 억제할 경우 지방 정부의 재정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투기 붐이 쉽게 식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CS의 두진송 애널리스트는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올해 하반기께 부동산 규제가 느슨해 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주거용 주택 투자에 다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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