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어? 포항으로 간다고 하셨는데?"
FC서울과 경남FC의 K리그 10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전반전을 마치고 기자석에서 때아닌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당초 포항-전북전을 관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조광래 감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나타난 것.
계획을 갑자기 바꾼 이유는 고명진이었다. 최근 '최용수의 황태자'로 불리며 쾌조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의 기량을 직접 점검하고 싶었던 것. 상대팀이 '친정팀'이자 윤빛가람이 속한 경남FC인 것도 한 몫했다. 결국 당초 목적지를 바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정작 조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건 고명진의 1년 후배 고요한이었다. 고요한은 이날 프로 데뷔 후 첫 멀티골(한 경기 2골 이상)을 작렬시키며 팀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물론 고명진도 고요한의 첫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포항으로 내려가려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고명진을 확인해보고 싶어 이쪽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명진이 보러 왔는데 (고)요한이가 더 잘하네"라며 농담을 던져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다.
사실 고명진과 고요한은 조광래 감독과 짧지만 각별한 사제지간을 나눈 사이. 고명진은 2003년, 고요한은 2004년 각각 중학교를 중퇴하고 안양LG에 입단했다. 당시 안양 지휘봉을 잡고 있던 조광래 감독의 유망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청용(볼튼) 기성용(셀틱) 등과 함께 축구를 배웠다.
조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고요한과 마주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제자에 대한 반가움과 대견함이 교차한 듯 환한 웃음과 함께 그의 등을 두들겨 주기도 했다. 돌아서서 취재진에겐 "둘 다 잘하면 대표팀에서 한번 써볼 수도 있는 거고…"라며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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