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자"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은 하늘로 가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매일매일 땅만 보고 생활하기 때문에 고착되기 쉬운 '시각'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곳을 바라봄으로써 여유와 성찰, 반전의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창조적인 발상과 혁신(革新ㆍinnovation)의 실마리가 주어진다. 이른바 패러다임 변화의 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어떤 사물이나 사태, 사건에 대한 우리의 시각, 즉 보는 눈을 패러다임(Paradigm)이라 한다. 패러다임은 우리의 인식과 더불어 정신과 마음의 지도이다. 거기서 우리의 태도, 행동, 그리고 삶의 결과가 자라난다. 패러다임에 따라 행동이 결정되며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러기에 우리들의 삶에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려면 태도와 행동, 방법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런 것들이 일어나게 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본질이 바뀌어야만 현실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얼마 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을 회복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대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이해대립의 선택적 패러다임을 지양하고, 이해공통의 초월적 패러다임을 지향해야만 노사관계의 혁신과 선진화가 이루어진다.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은 채 제도와 법만 바꾸려고 노력할 때 결국은 기존의 패러다임이 변화를 가로막아 버린다.
종래의 관점에서 보면 경영자는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만을 추구했고, 노동운동은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한 연대(solidarity)만을 추구하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이해선택적 패러다임을 초월하여 이해공통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노와 사는 공도공멸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서도 비용절감과 효율적 인력운영은 물론 사회적 책임과 투자에 관한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기업경영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책임, 동반성장이라는 사회통합의 연대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의 경제사회는 세계화와 디지털화라는 축을 중심으로 대단히 복합적이고 다원화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 노동력의 결합방식도 다양하며 노동시장의 구성과 시스템도 현격하게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주체들 간 상호작용과 협력 없이는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 간의 파트너십(partnership)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주 프랑스의 경제사회위원회(ESC)가 2011년 사회적 대화를 위한 11개 의제들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청년실업대책, 실업보험 개편, 보충연금, 사회적대화 기구 개편 등 주요 문제들에 대해 상반기와 하반기 논의 의제를 나눠 진행키로 합의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번 의제 합의는 경영계 단체인 MEDEF의 회장이 제안한 것에 대해 5개 노총이 화답한 것이다. 해마다 의제 채택에서부터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중요한 노동현안에 대해 기존의 노사단체들이 고수하고 있는 원칙과 전략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미 굳어진 판단체계에 의존하여 익숙하고 뻔한 해답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발상 전환으로 파격과 혁신을 꾀할 것인가. 제한적 선택과 초월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최종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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