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매기가 웅비하고 있다. 천덕꾸러기에서 가히 신데렐라로 변신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침체된 지방경제의 상징에서 부활의 화신으로 불릴 만하다.
10년 전 부산을 찾았던 기자는 김해공항에서 부산 시내까지 들어가는 30여분 동안 택시기사로부터 '부진한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험담(?)을 쉬지 않고 들어야 했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민심은 유일한 탈출구였던 프로야구로 쏠려 있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부산시민이 울고 웃던 시절이다.
하지만 2011년 부산은 경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경부선 KTX(고속전철) 완전개통과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물류의 혁신은 부산을 살 만한 도시로 바꿔놨다. 센텀시티로 상징되는 대규모 유통업체의 승승장구는 이 같은 부산 경제의 회복이 허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부산영상센터 등 초고층 건물들로 이뤄진 센텀시티는 부산의 맨해튼으로 불리며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부산이 새로운 성장세를 보인 것은 수출경기 회복과 수출 허브로 부상한 부산항의 변신이 맞물려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12월 물동량을 보면 11월 118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단위)에서 11월 121만TEU, 12월에는 124만TEU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부산항 개항 이래 사상 최고 수준이다. 물동량 증가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승용차와 선박이었다. 불과 10년 전 부산을 대표하는 상품은 신발이었고 변변한 상장기업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제조업 분야에서 부산의 경쟁력은 낙제점이었던 셈이다. 자연 경제는 어렵고 시민들은 침체된 지역경제 속에서 한숨을 쉬어야 했다.
하지만 10년간 줄곧 늘어난 자동차 수출은 부산 경제를 살리는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사회조사연구원이 발표한 1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118로 초호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경기 활성화는 부산 부동산시장에도 활력을 넣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은 청약과열로 이어져 주요 신규분양 현장에서는 100대 1을 넘는 기록이 속출할 정도다.
부산항을 찾는 선박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으로 기항지를 선택했던 외국선사들이 부산항 신항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기항을 피하는 선박의 부산 입항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 경제가 10년 만에 이렇게 달라진 비결은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이다. 부산 신항을 건설하고 상하이와 아시아 허브 항구 경쟁을 벌이면서 경쟁력을 높인 것이 부산 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논리냐, 정치논리냐'로 국론을 분열시킨 영남권 국제공항 입지 선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입지 선정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부산뿐 아니라 경쟁후보지였던 밀양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은 여야가 따로 없을 정도다. 과학벨트와 맞물려 지역이기주의는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활황을 구가하고 있는 부산 경제 성장을 장기화할 수 있는 비법은 없을까. 신공항 문제야 차기정권에서 다시 논의하면 될 일이지만 지금 부산에서는 부산항 현대화 사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11일 부산 북항을 중심으로 한 부산항 재개발사업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6200억원의 자금지원을 촉구했다고 한다. 10조원 단위의 신공항에 비하면 경제적 부담은 적으면서 경제성 논의는 해볼 만한 사업이다. 부산이 '아시아 항만 물류 최강자'가 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정치인, 관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면 어떨까.
조영훈 기자 dubb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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