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캐스트 정책 변경에 부쳐
[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포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이 또 다시 뉴스캐스트 정책을 변경하겠다고 지난달 30일 선언했다. 이번에는 그 내용이 상당히 공격적이어서 관련 언론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NHN은 우선 더 이상 신규 제휴회사를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회원사가 늘어나면 트래픽 경쟁이 심해져 선정적인 기사가 더 넘쳐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매불망 가입을 기다리던 신규 언론사들이나 자사의 매체를 추가 가입시키려던 언론사들에게는 충격일수밖에 없다. 신규 가입을 막아놓고 기존 가입 언론사 중에서 말을 듣지 않는 언론사를 퇴출시키는 방법으로 ‘길들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NHN은 또 시민단체 모니터링 단을 만들어 기사가 선정적인 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물론 해당 기사뿐만 아니라 클릭한 뒤 링크돼 있는 주변 기사나 광고까지 모니터링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NHN은 지난 2009년 1월 뉴스캐스트를 시작한 후 노출기사 수 조절이나 해당 언론사의 섹션 톱기사만 게재할 수 있게 하는 등 변화를 줘 왔다. 그러나 선정성 이슈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결국 칼을 빼든 셈이다.
이번 발표를 보면 한 마디로 NHN이 ‘작심’을 한 듯 보인다. 실제로 NHN 관계자는 “올 들어 선정적인 기사에 대한 독자 항의가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며 “이로 인해 다른 사업에까지 나쁜 영향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보면서 기자는 답답함을 또 한 번 강하게 느낀다. 여전히 일방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선정성의 기준이 뭐냐, 왜 누구는 못 들어가게 하느냐와 같은 즉자적 질문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국내 온라인 뉴스의 발전이라는 기준에서 포털과 언론사들의 관계가 왜 과거에 비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하는 점이 기자를 답답하게 만든다.
언론사와 NHN은 중요한 파트너다. 따라서 양측의 건강하고 발전적인 관계 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NHN은 ‘선정적 기사’ 외에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광고성 글도 그 중의 하나다. 온라인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불신의 벽이 높아진다면 결국 NHN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기자의 눈에는 NHN이 언론사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눈감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국내 온라인 뉴스는 신뢰받는 매체와 자질이 의심스러운 매체가 함께 뒹굴어 옥석이 구분(俱焚)되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온라인 언론사들의 트래픽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NHN 역시 발전해온 과정에서 언론사들의 뉴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만약 선정적인 뉴스가 문제라면 그 책임을 온전히 해당 언론사에게만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올바른 해법도 아니다. 그것은 공동의 문제이며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이제 NHN은 위상과 책임에 걸맞게 국내 온라인 뉴스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그 흔한 세미나라도 함께 열어보길 제안한다.
언론사들도 반성해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트래픽이란 게 무엇인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다. 욕하기 위해 방문한 독자 수도 포함된 것이 트래픽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언론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트래픽 경쟁에 목을 매느라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는 데는 신경을 덜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합 뉴스룸 구축이나 온라인 탐사보도, 다양한 플랫폼에 적합한 기사 유형 개발, SNS를 활용한 독자 참여형 기사 발굴 등이 그것이다.
오늘은 55회 신문의 날이다. 안팎으로 신문이 어렵다고 한다. NHN의 이번 조치가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먼 미래를 바라보고 함께 발전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백재현 기자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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