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국제부장]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연 11.7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또 올린다고 한다. 소비자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금리에 손을 댈 것이라고 한다.
브라질의 지난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3%였다. 전달 6%는 물론 지난해 연평균 5.2%보다 높다. 외화자금이 대거 밀려들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이 크다. 외화 자금은 2월 한 달 동안 74억달러가 브라질에 들어왔으나 3월에는 25일까지 무려 105억달러가 밀려들었다.
밀려드는 외화로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올 들어 15일까지 달러화에 대해 5.12%나 올랐다. 지난 2년 동안 무려 45% 올랐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를 올리자니 외화자금을 더 끌어들이고, 헤알화 가치 상승에 가속도를 더할 게 뻔하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빠진 딜레마의 단면이다. 브라질은 신흥국이 처한 진퇴양난의 사정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였고 인도는 8.98%, 베트남은 무려 13.9%였다. 중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흥국의 물가가 오르는 것은 이들이 수입에 의존하는 금과 은, 구리와 철광석 등 원자재는 물론, 옥수수와 밀 등 곡물 가격이 최근 2~3년 사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들은 통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어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신흥국을 덮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차익을 노린 자본과 투기성 단기 자금인 핫머니(Hot money)는 지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고수익을 낸 다음 빠지는 '치고 빠지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가 핫머니고 누가 장기 투자자인지 가려 따끔하게 혼을 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 자본이 흘러나오는 쪽에서 제어하는 수밖에 없다고 신흥국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중국 하이난도 보아오에서 열린 포럼에서 40여개국 정상과 고위관료, 기업인들이 선진국의 느슨한 통화정책 때문에 자본이 신흥국으로 대거 몰려들어 인플레이션과 상품변동성을 키운다고 성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귀를 막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0~1%의 금리를 유지하면서 통화를 마구 찍어내고 있다. 금리인상이나 부채축소 등 신흥국의 요구는 외면한다. 자본통제는 '시장원리'에 맞겨야 한다거나 자본통제를 감시할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흥국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쪽이 피해를 입은 쪽에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 등이 핫머니의 목에 방울을 달기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포기는 금물이다. 신흥국들은 선진국의 각성과 조치를 촉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주기적인 인플레이션과 거품 붕괴로 경제가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 외에 손에 쥘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냉정하게 깨달아야 한다. 혼자서 곤란하다면 뭉쳐야 한다. 브릭스포럼이나 보아오포럼은 공동전선의 시발점으로서 손색이 없다. 방울을 달고 재갈을 물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게 신흥국의 과제다.
박희준 국제부장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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