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은 김일성의 생일을 기리는 태양절이다. 북한 최대의 명절로 자리잡은 이날 김일성과 닮은 김정일 이미지를 강화하는 체제세습용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억눌린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가 가려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몰려왔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사는 오세아니아가 나온다. 이곳은 당이 자신의 권력체제를 의인적으로 내세운 '대형'이 지배하는 사회다. 이곳에서는 통치수단의 한 방법으로 사상통제와 과거통제라는 방법이 사용된다. 사상통제는 양면의 텔레비전에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철저히 감시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사상은 '신어'라는 방법을 통해 통제되고 있다. 신어는 '해마다 낱말이 줄어드는' 것을 가리키는데 가령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말의 의미를 제거함으로써 그 말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사고 가능성조차 완전히 소멸시키는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통제란 당의 독재권력을 절대화할 목적으로 과거를 날조하는 것이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는 이론에 기초하여 과거의 모든 기억이 수정된다. 가령 각종 문서와 신문, 책자와 녹음, 영화 등 모든 과거의 기록은 끝없이 수정된다. 그것은 당의 무오류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주인공이 사는 세상인 오세아니아가 교전 상대국을 바꾸면 이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그에 맞도록 뜯어고치는 식이다. 이때 묵은 기록들은 '기억통'이라는 것을 통해 완전히 말소시킨다.
북한은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오세아니아와 많은 부분에서 닮은 꼴의 나라다. 당이 인민의 사상을 통제하고 김일성을 비롯한 그 일가를 미화하는 방법으로 독재권력을 정당화시켜왔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부자세습에 성공하고 급기야 3대 세습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3대 세습을 위한 절차도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나온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이 지난 2009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직속 정보기관이자 비밀경찰인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맡아왔다고 한다. 결국 김정은은 자신으로의 권력세습을 위해 먼저 보위부를 장악하여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정보관리 및 조작 등을 통해 과거통제에 나섰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권력세습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탈북자들의 러시는 물론 이동통신과 인터넷통신망 등 통제가 어려운 정보기술(IT) 기기의 보급이 날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북한의 개방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12일 엄종식 통일부 차관이 밝힌 바에 의하면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엄 차관이 밝힌 대로 권력 엘리트층에 한정했던 이동통신 이용자의 범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 사회에서 수평적 소통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소통의 확대는 분명 북한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은 최근 확산되는 중동 민주화 물결을 보며 체제위협을 느낀 나머지 주민통제와 체제결속에 주력하면서 주민의 정보유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휴대폰을 들고 평양거리를 거니는 신세대가 감시와 통제에 길들여진 기성세대와 같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북한의 체체변혁과 개방이 이뤄질 것을 대비해 우리 정부와 국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신업 액스앤로 볍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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