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국채 장기 신용등급전망 강등 소식에 뉴욕증시는 급락했지만 낙폭을 절반 가까이 줄이며 거래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2% 넘게 급락했던 한달전 일본 원전 충격 때보다 훨씩 적은 1%를 약간 넘는 하락률에 그쳤다.
원전이 폭발할 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공포감을 만들어냈던 것과 달랐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강등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고 S&P의 등급전망 강등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구체화시켜 준 계기가 된 셈이다.
원전 사고 당시 20.89% 폭등했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 상승률도 당시의 절반 수준인 10.71%에 그쳤다.
월가 관계자들은 뉴욕증시가 개장 초반 급락하자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결국 뉴욕증시가 추가 낙폭을 제한하자 후반에는 매수세가 유입됐고 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정작 등급전망이 강등당한 미 국채는 강세를 보였고 달러 역시 유로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은 궁긍적으로는 미 국채에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등급 강등이 허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만큼 정책 입안자들의 대응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급전망 강등으로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미국의 물가 불안이 야기된다면 미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달러 매수를 유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윈 틴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미 국채와 달러에 대해 초기에 무릎반사처럼 무조건적인 매도를 펼친 후 매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며 "어쨋든 S&P의 등급전망 강등 소식은 주식, 상품, 이머징마켓 등 위험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던 포지션의 수익을 취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오스카 그러스의 마이클 샤울 애널리스트도 "수많은 이정표의 하나일 뿐이지 지나치게 놀라거나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신용등급전망 부정적 의견은 1996년 1월에 있었다. 당시에는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는데 정부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하면서 단 2개월 만에 등급전망을 다시 되돌려놓은 바 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 정부 부채 비율은 당시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4조2900달러의 정부 한도를 곧 소진할 것이라며 의회가 빨리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 바 있다. 2009년 이래 미국 정부는 매달 평균 119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도 결국 강등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지금이 최악이며 이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봤다는 심리로 연결될 수도 있다. S&P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2년 내 33%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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