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대학생들이 공연할 땐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관람하고, 지역 초ㆍ중ㆍ고교생이 동아리 활동을 원할 땐 대학생들이 선생님이 되어주는 캠퍼스.
서울 강북구민들에게 그런 대학 캠퍼스가 생겼다. 50대 중년부터 70대 노인까지 만학도들이 몰리면서 대학캠퍼스는 벌써 지역 주민들의 자랑거리가 됐다.
12일 공식으로 문을 여는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가 그것이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의 감독은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씨가 맡았고, 운영 책임은 심화진 총장이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문화예술전문대학으로 지어진 새 캠퍼스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지역 주민들을 위한 아카데미 강좌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0시. 새로 지어져 아직 준공식을 열지도 않은 캠퍼스의 한 강의실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강의가 한창이다.
"'다산 바로알기'를 통한 행복한 삶 그리기"라는 제목의 아카데미로 이날 강의에는 진로교육컨설팅 전문업체 '와이즈멘토'의 대표 조진표씨가 나섰다. 자녀 교육과 진로에 대한 수강생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아카데미가 '다산'을 주제로 함에 따라 12주(30시간) 강의의 절반 가량은 다산과 관련된 인문학적인 내용으로 구성됐고 나머지 절반은 수강생들의 수요를 고려해서 짰다.
교육제도 변화에 따른 진로지도, 한국경제의 현황과 과제, 저항력 강화를 위한 건강한 생활, 지금 여기의 행복론 등이 대표적이다. 5주차와 11주차에는 전라남도 강진과 남양주의 다산유적지 답사도 예정돼 있다.
정원 80명(한 학기 40명)의 이 강좌에는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몰리면서 학기마다 58명과 56명씩 정원을 초과해 반이 편성됐을 정도다.
강좌를 듣는 주민들은 평균 50대 후반 정도의 연령층이고, 60대나 70대 '학생'들도 적지 않다. 결석은 거의 없다. 주민 대학생 정호숙 씨는 "깔끔한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며 "수강생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의 노영화 팀장은 "지역사회에 교육혜택을 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지자체와 노동청 등과 연계한 수준 높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는 강좌를 많이 개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은 매년 100강좌 이상의 과정과 50강좌 이상의 서울시 공모 강좌, 국비지원 강좌 등을 개설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 여건이 여의치 않아 평생교육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던 강북구청도 성신여대의 노력이 반갑기만 하다.
전용래 강북구청 주무관은 "강북구 지역은 최근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늘어나는 등 주민들의 학습욕구가 커지고 있지만 교육 여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웃 성북구에는 8개의 대학캠퍼스가 있는데, 강북구에는 일반대학 캠퍼스가 1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운정캠퍼스 강의실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좋은 학습 환경에서 평생학습의 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첨단 수업환경을 갖춰 특강 형식으로 진행되던 구청 강의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신을 표방한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는 12일 오후 2시 준공 헌정식을 연다.
지난 2008년 착공해 2년8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올 2011학년도 3월에 개교했다. 강북구 미아동 5만4400㎡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단과대 건물 3개동과 10층 규모의 공동시설 1개동 등 총 4개동으로 구성됐다.
운정그린캠퍼스의 완공으로 성신여대는 서울 시내에 2개의 캠퍼스를 보유하게 됐고, 학생 1인당 가용면적을 가장 넓게 쓰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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