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NIE]=고등학교 사회 VII 인권 및 사회 정의와 법; 법과 사회 Ⅳ 3. 범죄와 형벌, 4. 재판의 원칙과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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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김씨를 수사한 박찬록 검사가 빔프로젝터로 증거물을 제출했다. 죽은 보희가 방에 누워 쓰러져 있는 모습, 목에 나 있는 압살흔적, 피가 튀긴 방 내부 사진이다.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 장도리는 직접 들고 보여줬다. 증거물 제출과 증인 신문이 끝나자 박찬록 검사가 김씨를 상대로 추궁했다. 피고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치매 ▲딸의 이성문제 ▲경제적 사정이 과연 형량을 깍을 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검사:피고인 딸의 이성문제, 피고의 빚, 어머니의 치매란 세 문제를 사람의 생명과 바꿀 수는 없지요?
김:네(울먹였다)
검사:피고인 어머니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나요?
김:(울음)
검사:딸이 잘못했다며 저항했지요?
김:네
검사:왜 자수하지 않았나요?
김:그냥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 박 검사가 돌연 김씨의 국민참여재판을 걸고 넘어졌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들이 형을 가볍게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죄를 가볍게 처벌하려는 저의를 보건데 뉘우침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검사:그런데 피고는 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나요?
김시철 부장판사:국민참여재판 절차는 이상한 절차가 아닙니다. 그걸 묻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박 검사가 재판장의 의견에 항변하면서 거듭 추궁하려 하자, 김씨 측 변호인 이호진, 양은경 변호사가 나섰다. 재판장도 질문을 중지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변호사:형량을 깍아달라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건 부끄럽다고 피고인이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이 보기에 참작할 내용이 있어 설득해 신청한 것입니다.
박 검사의 추궁이 끝나고 이 변호사가 김씨를 상대로 질문을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김씨가 범행으로 나아간 사회경제적 배경을 드러내 보여주려했다.
변호사:전처가 피고 카드로 7000만원을 사용해 진 빚을 집을 팔아 갚았죠?
김:네
변호사:게임장 매니저로 170~200만원 남짓 벌어서 대부분을 빚 갚기와 딸 양육비에 썼지요?
김:네
변호사: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울음)
오후 4시15분께 박 검사가 배심원을 상대로 최후진술을 했다. "피고는 있을 수 없고, 용서받지도 못할 죄를 지었습니다. 단죄에서 이런 요소를 고려해야합니다. 검찰 역시 고민을 했고, 딱한 사정도 있었지만 개인적 동정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고를 우리 사회와 격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기징역을 선고해주십시오"
변호인들도 최후진술을 했다. "피고는 이혼후 코흘리개 아이를 혼자 키웠습니다. 과거 사기 사건으로 진 빚도 매달 60만원씩 갚아나갔습니다. 그러나 노모의 치료비 등이 감당이 안 돼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사채까지 가져다 썼습니다. 형편이 어려웠지만 16살 딸 아이를 학원을 보냈습니다. 배심원 여러분이 피고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이렇게 극한 상황으로 몰고간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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